영상설 차례상에 전 안 부쳐도 된다?…“홍동백서, 문헌 근거 없어” 유교 전문가의 일침
입력 2026-02-11 19:14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릴 전을 산더미처럼 부치는 풍경은 여전하다. 고소한 기름 냄새 속에 웃음꽃이 피기도 하지만 일이 ‘노동’으로 번지면 건강을 해치고 가족 갈등으로까지 이어진다. 유교 전문가들은 “가족이 화목해야 조상도 기쁘다”며 차례상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산하 한국예학센터는 설 연휴를 앞둔 11일 전통의 정통성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의 삶을 반영한 ‘현대 맞춤형 설 차례 예법’을 제안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준비 부담을 덜고 명절 본래의 뜻인 가족 화합과 행복에 집중하자는 취지다.
센터에 따르면 차례는 원래 ‘차를 올리는 예’라는 의미의 약식 제사를 가리킨다. 본래 설·추석의 차례에는 떡국이나 송편과 과실 3~4가지만 올렸다. 흔히 알려진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나 ‘조율이시(대추·밤·배·감 순서)’ 같은 격식은 문헌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전통 예서 어디에도 과일의 종류나 위치를 엄격히 규정한 대목은 없다. 유교의 핵심은 시대와 형편에 맞게 마땅함을 찾는 ‘시중(時中)’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반한 실천안은 음식 가짓수 줄이기다. 설 차례상은 떡국 중심 4~6가지면 충분하다. 특히 노동력이 많이 드는 기름진 전 요리는 예학적으로 차례에서 권장되지 않던 품목이다.
또 조상이 생전에 좋아한 음식이나 요즘 과일을 올리는 것도 불경이 아니라 현대적 정성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한자 지방(紙榜) 대신 조상 사진을 세워 가족이 추억을 나누고 유대감을 높이는 방식도 권장할 만한 방법이다.
센터 관계자는 “형식에 얽매여 차례를 정식 제사 수준으로 차리는 것은 오히려 가족의 화목과 행복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얼마나 차렸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차렸는지로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차례를 가족의 화목과 행복을 위한 예법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원장도 “전통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처럼 시대에 맞게 흐를 때 비로소 우리 곁에 머문다”며 “올 설에는 조상을 기리는 정성만큼이나 곁에 있는 가족의 손을 한 번 더 잡는 따뜻한 화합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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