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입법 속도전” 외치고...사법개혁부터 밀어붙이는 與
범여, 법사위서 재판소원법 강행 처리
野 “李 대통령 한마디에 군사작전” 맹비난
정청래 “타협없이 처리”…野 반발 불보듯
李 “이 속도론 대처 어려워” 입법 지연 질타에도
민생입법 볼모 ‘식물국회’ 불가피 전망
수정 2026-02-12 14:53
입력 2026-02-11 22:53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국회에 국정 운영을 위한 ‘신속 입법’을 주문하는 와중에 여당이 또다시 쟁점 개혁 법안 강행 추진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4심제’라며 야당이 반대하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1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를 비롯해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 등 사법 개혁안을 2월 임시국회 중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 국회가 또다시 경색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주도로 법안심사1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재판소원법을 의결했다.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법왜곡죄(형법 개정안)까지 묶어 사법 개혁 핵심 법안들을 2월 국회 내에 본회의 의결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 등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설 연휴 후인 24일 또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사법 개혁 법안들을 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12일 열리는 본회의의 경우 여야 간 비쟁점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쟁점 법안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범여권 주도의 사법 개혁안을 ‘사법 악법’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의 강행 시도에 거세게 반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을 소송 지옥으로 몰아넣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4심제를 법안소위에 올려 1시간 만에 통과했다”며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위헌적인 법안을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인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은 “돈 있는 사람들은 4심제까지 시간을 끌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헌법상 최고 법원인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에 또 한번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4심제’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판소원 제도 도입 시 5년간 최소 63억 6100만 원에서 최대 187억 7400만 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12억 7200만~37억 5500만 원 수준이다. 신 의원은 “국민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법안이 시행되면) 재판이 더 꼼꼼하고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민생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발목을 잡지 말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여권이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에서도 강행 처리할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단 12일 본회의에서는 예정대로 비쟁점 법안 처리에 응할 계획이지만 설 연휴 이후에는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전략을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법안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또다시 꺼내들 경우 민생 법안이 볼모로 잡히는 식물 국회가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입법 속도전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쟁점 개혁 입법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현재와 같은 입법 속도로는 국제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며 경제 입법 등을 주문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압도적인 입법 속도전으로 이재명 정부를 확실히 뒷받침하겠다”며 “출범 9개월 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성과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국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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