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6년에도 구글이 있을까...‘100년짜리 빚’ 흥행 이유는
구글, 100년 만기 회사채 발행 성공
JC페니 몰락 보고도 투자자금 쏠려
닷컴버블 이후 기술 기업 중에선 처음
구글에 대한 인식 변화, 현금 흐름 효과
수정 2026-02-12 07:29
입력 2026-02-12 07:25
‘구글이 100년 뒤에도 존재할까?’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기술 기업 중에서는 모토로라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100년 만기 채권 발행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테크업계는 물론이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의문이 제기됐다. 구글에 돈을 빌려주면 100년 뒤에나 받을 수 있을텐데 위험을 감수할 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만기일까지 생존한 투자자는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소매시장을 장악했던 J.C.페니 사례는 대표적인 100년물 투자 실패 사례로 꼽힌다. 1902년 설립된 J.C.페니는 창립 100주년을 앞둔 1997년 100년 만기 채권을 무담보 조건, 7.75% 이자로 5억 달러 어치 발행하는데 성공했으나 23년 뒤인 2020년 온라인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2020년 파산했다. 발행 당시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서 A등급을 받았던 채권 등급은 이미 투기 등급으로 강등됐고, 채권 가치는 2019년 액면가 1달러당 20센트대로 수직 낙하했다.
100년물을 찍은 기술 기업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PC 시장을 선도했던 IBM은 1996년 10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았으나 애플 등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한 이후 존재감이 떨어졌다. 특히 모토로라는 100년물을 발행했던 1997년 미국에서 시가총액과 매출 모두 상위 25위 안에 드는 기업이었지만 현재는 시가총액 200위 밖으로 밀렸다. 이밖에 월트 디즈니, 코카콜라도 1990년대 초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100년물을 발행했지만 현재는 급변하는 시장 속에 시가총액이 추락하고 채권 투자 가치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전례를 살펴봤을 때 구글의 100년 만기 채권 발행은 쉽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심지어 영국에서 10억 파운드 규모 발행에 투자금 95억 파운드가 몰리면서 1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 예측 흥행으로 이자는 10년 만기 영국 국채 대비 불과 1.2% 포인트 높게 책정됐다. 투자자들은 왜 구글에 100년짜리 빚을 내줬을까.
①구글=인프라 기업 인식
정보기술(IT) 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군으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기업들의 초장기 채권 발행은 쉽지 않고, 장기물 만기도 최대 40년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도 구글의 100년물 채권이 9.5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발행된 것은 투자자들이 구글을 다른 기술 기업과 다르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이 단순히 IT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기업으로 보지 않고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오라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더불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대표 기업이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챗GPT를 세상에 공개한 이후 기술 기업 간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졌고, AI 개발을 위해서는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확보하는지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 이러한 이유로 오픈AI,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도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며 하이퍼스케일러 대열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금융 플랫폼 이토로에서 글로벌 시장 분석을 담당하는 랄레 아코너는 “기술 기업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대형 하이퍼스케일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며 “이들(하이퍼스케일러)이 경기 순환에 민감한 기술주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②구글의 탄탄한 현금 흐름
구글이 경쟁사들과 달리 탄탄한 현금 흐름을 갖추고 있는 점도 초장기 채권 발행 성공의 배경으로 꼽힌다. 구글은 웹·모바일 검색시장에서 차지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알파벳은 지난해 검색과 클라우드 사업 호조에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4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법무부가 구글이 크롬을 매각해 독점 지배력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법원에 요구했지만 지난해 9월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아미트 메흐타 판사가 크롬을 강제 매각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면서 당장의 법적 리스크도 피했다. 구글은 선을 긋고 있지만 오픈AI가 챗GPT에 광고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구글의 AI 챗봇인 ‘제미나이’에도 광고 기능이 도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글은 올해 인공지능(AI)에 최대 1850억 달러(약 268조 5400억 원)를 투자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68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채권 발행으로 필요한 재원을 대부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해 자본지출의 1.7배인 1400억 달러를 올해 AI에 쏟아붓겠다고 밝히면서 과잉 투자 우려가 나왔지만 구글은 막대한 현금 수익을 올리고 있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낸시 텡글러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1990년대와 지금은 매우 다르게 보아야 한다”며 “(알파벳 같은)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 보유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③연기금·상속 수요 공략
초장기 채권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생명보험회사나 연기금과 같은 기관에서는 투자 수요가 여전히 있다. 1990년대처럼 높은 이자를 주지는 않지만 만기가 길수록 상환 부담이 줄어든다는 이점은 여전하다. 보험사나 연기금은 수십 년에 걸쳐 원리금을 상환하는 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100년 만기 채권의 주요 구매자다. 1993년 코카콜라가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을 때도 프루덴셜, 아비바, 젠워스 등 보험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초장기 채권은 장기간에 걸쳐 자산을 이전하거나 상속하는 수단으로도 선호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상환 부담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이러한 이유로 고액 자산가들이 투자하기도 한다. 구글이 이러한 수요를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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