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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대전환의 새로운 표준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세계 첫 ‘공공기관 K-RE100’ 출범

시장 확대·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기대

관련 펀드 조성 등 후속조치 마련을

수정 2026-02-12 23:54

입력 2026-02-13 05:00

지면 35면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11일 열린 ‘공공기관 K-RE100 출범식’은 대한민국의 에너지 대전환 과정에서 큰 의미가 있는 이정표다. RE100은 기업의 자발적 캠페인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공급망 전반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사실상의 조달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별도의 RE100 이행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성과 체계와 연계해 확산을 유도하는 방식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선도적인 사례다. 이는 단순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넘어 우리나라의 탄소 중립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로벌 RE100은 주로 전력 다소비, 대규모 기업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중심으로 확산해 왔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글로벌 RE100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소·중견기업들은 K-RE100에 참여해 공급망에서의 RE100 이행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인 2030년 100GW 달성을 위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전면에 세운 공공기관 K-RE100을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공공기관의 RE100 이행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국가 탄소 중립 비전 구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전국에 거점을 둔 88개 공공기관이 안정적인 앵커 수요자로 등장하면 수요 불확실성으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온 재생에너지 시장에 강력하고 예측 가능한 투자 신호를 제공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은 결과적으로 민간이 보다 원활하게 RE100을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공공 주도의 RE100 이행 모델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선도적인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공공기관 K-RE100의 가치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수요와 시장 규모의 확대로만 한정할 수 없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공공 수요는 태양광 모듈, 풍력 타워, 전력케이블 등 관련 제조업의 성장은 물론 시공과 운영을 담당하는 건설 및 서비스업의 동반 성장 또한 견인할 것이다. 나아가 도로·항만 등 인프라 구축에 이르는 전후방 산업의 투자까지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투자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신규 일자리 창출, 나아가 지역 주도 성장의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공공기관 K-RE100이 가지는 정책적 가치다.

정부가 공공기관 K-RE100의 실현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내년부터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K-RE100 실적을 반영하기로 한 것은 기관이 보유한 재원과 인력 같은 자원을 재생에너지 투자 및 개발에 우선 배치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또 공공기관 대상 K-RE100 신규 펀드 조성과 상시적인 이행 지원 컨설팅은 공공기관이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과 인프라 투자에 나설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공공기관들의 재생에너지 개발 역량은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성토 비탈면과 휴게소 주차장 등 도로 자산을 활용해 162㎿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구축해 유휴 부지 활용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세계 최대 규모인 시화호 조력발전을 기반으로 최초로 해양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본사 및 지사 건물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인공지능(AI), 청소 로봇 등을 활용해 운영 효율을 향상시키는 모델을 정착시켰다. 공공기관들의 이러한 성공 경험들은 K-RE100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전략임을 뒷받침한다.

다만 공공기관 K-RE100이 제도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정교한 후속 조치가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먼저 공공기관 K-RE100으로 인한 공공의 수요가 민간의 수요와 경합하지 않도록 하는 세밀한 운영의 묘가 필요할 것이다. 또 공공기관의 K-RE100이 국내 핵심 부품의 공급망 강화와 인프라 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투자에 민간의 자본이 매칭될 수 있도록 공공 K-RE100 펀드와 같은 금융 상품을 보다 확대함으로써 재생에너지 개발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환류되는 경로를 넓히는 조치도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곧 산업 경쟁력의 전환이다. 공공기관 K-RE100을 통해 구축한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국내 재생에너지 제조 및 건설 산업이 성장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탄소 중립 산업의 리더로 도약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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