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집값 담합 ‘작전세력’ 첫 적발
오픈채팅방서 가격 가이드라인 정하고 ‘폭탄 민원’
김동연 “시장교란 3대 불법 발본색원”
입력 2026-02-12 15:38
경기도 청사 전경
경기도가 아파트 주민과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조직적으로 집값을 담합해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이른바 ‘작전세력’을 적발했다.
적발된 이들은 온라인 오픈채팅방을 통해 매도 하한선을 정한 뒤 이를 어긴 매물이나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집단 민원과 허위신고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12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지시에 따라 ‘부동산수사 T/F팀’을 발족하고 조직적 집값 담합 행위에 대한 집중 수사를 벌여왔다. 그 결과 하남·성남·용인 등지에서 실제 담합 사례를 확인하고 핵심 용의자들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오후 부동산수사 T/F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늘부터 이 T/F를 ‘부동산시장 교란특별대책반’으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집값 담합행위, 전세사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정 허가 등 부동산 시장을 위협하는 3대 불법행위를 집중 수사해 시장 교란 세력을 완전히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특별대책반 출범에 맞춰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장기·상시 단속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사 결과 가장 구체적인 담합 정황이 확인된 곳은 하남시 A아파트 단지였다. 이 단지 주민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비실명으로 179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매도 가격을 사실상 공동 관리했다.
이 아파트 주민 A씨는 2023년 7억 8,700만 원에 주택을 매입한 뒤 2025년 10월 오픈채팅방 개설을 주도했다. 그는 채팅방 참여자들과 함께 “10억 원 미만으로는 팔지 말자”는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어긴 매물에 대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채팅방에서는 자신들이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가격 이하 매물이 나오면 해당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무소를 ‘허위매물 취급 업소’로 낙인찍고, 이른바 ‘좌표찍기’ 방식으로 집단 민원을 제기하자는 논의가 오갔다. 실제 대화에는 “폭탄 민원으로 5000(만원) 이상 업”, “민원 넣고 전화 문자하는 걸 회사 일이라고 생각하자”, “앞자리 10억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가격대 매물을 소개한 공인중개사에게 항의 전화를 걸고, 정상 매물임에도 포털사이트에 허위매물로 신고했다. 또 하남시청에 동일 내용의 민원을 릴레이 형식으로 접수해 행정력을 소모시켰다.
수사팀은 피해를 입은 공인중개사 4곳의 참고인 진술을 확보했다. 이들 중개사는 “정상 매물을 광고해도 밤낮없이 걸려오는 항의 전화와 허위 신고로 광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영업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하남시청 부동산 관리 담당 공무원도 “동일 내용의 민원이 수십 건씩 접수돼 정상적인 행정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진술했다.
담합을 주도한 A씨는 2026년 2월 초 해당 주택을 10억 8000만 원에 매도했다. 약 3년 만에 3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거둔 셈이다.
성남시 B지역 일대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집값 담합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가격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담합 가격 이하로 매물을 내놓은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리스트’를 작성했다.
주민들은 이 리스트에 오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허위매물 신고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일부는 순번을 정해 직접 해당 중개업소를 방문, 고객인 것처럼 행세하며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팀은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추가 소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용인시에서는 공인중개사들 간 ‘친목회(사설 모임)’를 통한 카르텔 형성 행위가 드러났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담합 행위 근절을 위해 중개사 간 친목 도모를 명목으로 한 조직적 결속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친목회는 비회원 중개업소와의 공동중개를 거부하고, 회원 간에만 거래 정보를 공유하는 등 배타적 영업 행태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수사팀은 이미 관련 증거를 확보했으며, 2월 말까지 관련자 소환과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현재까지 확보한 채팅방 대화 내역, 민원 접수 로그, 통화 기록 등을 토대로 담합을 주도한 핵심 용의자 4명을 이달 말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도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주민 간 정보 공유 수준을 넘어, 가격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중개 업무를 방해한 조직적 시장 교란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부동산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행위는 도민의 삶을 위협하는 범죄”라며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75개
-
517개
-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