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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소각장, 2심도 주민 승소…서울시 건립 계획 전면 재검토 불가피

서울고법 “입지선정위·타당성 조사 모두 절차 하자”

상암동 1000톤 규모 광역 소각장 추진 ‘빨간불’

서울시 상고 여부·대체 쓰레기 대책 고심

수정 2026-02-13 08:56

입력 2026-02-12 17:42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025년 6월 9일 서울 마포구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협약 개정 철회 및 소각장 추가설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2025년 6월 9일 서울 마포구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협약 개정 철회 및 소각장 추가설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새 쓰레기 소각장을 짓겠다는 서울시 계획이 항소심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상암동 자원회수시설 입지 결정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에 이어 2심에서도 마포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건립 계획은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김형배 김무신 김동완)는 성 모 씨 등 마포구민 1850여 명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서울시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 연구기관 선정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이러한 하자가 처분 자체를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볼 정도의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하진 않는다며 입지 결정 처분 무효 확인 청구는 1심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쟁점이 된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은 서울시가 생활 폐기물을 소각하고 소각열을 회수해 에너지로 재활용하기 위해 추진해 온 광역 소각장이다. 시는 2022년 8월 하루 1000톤 규모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신규 소각장을 마포구 상암동에 짓겠다고 밝힌 뒤 2023년 8월 제19차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를 열어 상암동 481-6번지 일대를 최종 입지로 고시했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는 데 대비해 기존 난지도 마포자원회수시설 대신 지하화·대형화를 통해 처리 능력을 두 배로 키우겠다는 구상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는 하루 평균 약 2000톤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한다. 마포·노원·양천·강남 등 기존 소각장 4곳의 처리 여력은 하루 1000톤 수준에 그쳐 나머지 1000톤은 여전히 직매립에 의존하고 있다. 시는 “직매립 금지에 대응하려면 신규 광역 소각장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마포구와 주민들은 “시가 일방적으로 최종 후보지를 결정했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주민들은 “환경·교통 등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 주민을 사실상 배제한 채 입지를 정했다. 어떤 명분과 논리도 설명하지 못했고 주민 이해를 구하는 노력조차 없었다”고 주장하며 2022년 11월 법원에 입지결정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2020년 4월 수립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운영 계획과 그해 12월 위원 위촉 과정이 같은 해 12월 8일 개정·10일 시행된 시행령 내용과 어긋난다고 봤다. 개정된 시행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원회를 구성했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 기관 선정과 관련해 공개경쟁 입찰 방식만 정한 것도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만을 미리 못 박는 것은 법령 취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1심 판결 직후 “소각장 등 광역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 권한은 법령상 시에 있고, 환경영향평가 공개와 주민설명회 등 절차를 거쳤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시는 항소심에서 “입지선정위원회와 타당성 조사 과정의 하자를 보완했고, 설령 절차상 흠결이 있더라도 이후 조치로 치유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입지 선정의 전제가 되는 위원회 구성과 조사 방식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며 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 사업은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직매립 금지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대체 처리시설 확보가 지연될 경우 ‘쓰레기 대란’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와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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