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기밀에다 석탄 수입 요구, 또 터진 트럼프發 돌발변수
입력 2026-02-13 00: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한도 끝도 없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인 넷리스트의 반도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기밀 정보들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 괴물’로 불리는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특허 소송 당사자도 아닌 SK하이닉스를 끌어들여 HBM의 설계 방식, 생산능력, 원가 내역 등 기업의 핵심 기밀을 내놓으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SK하이닉스는 협조하기도, 거부하기도 곤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우방에 대한 돌발 압박은 이제 일상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지난 몇 달간 한국·일본·인도 등과 석탄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역사적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미국산 석탄 수입은 지난해 11월 한미 무역 합의 당시 ‘공동 설명 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없던 내용이다. 물론 특유의 업적 과시나 대미 투자 압박용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석탄 수입 압박이 구체화할 경우 우리 정부의 탈(脫)석탄 목표 달성은 어려워지고 한국 기업들이 유럽연합(EU) 등의 환경 규제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향후 반복될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하고 도를 넘는 통상 압박에 각별히 대비해야 할 때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했다. 우리 국회의 입법 지연을 꼬투리 잡아 양국 간 신뢰를 허무는 처사다. 또 미국은 관세를 무기 삼아 한국에 농산물 시장, 온라인 플랫폼 규제, 고정밀 지도 반출, 망 사용료 등 비관세장벽을 없애라고 압박하고 있다. 여야가 다음 달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더라도 미국이 또 다른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어느 때보다 냉철한 상황 인식으로 현안별로 정교한 협상 전략을 세우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양국이 윈윈할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굴을 서둘러 미국 측을 설득하되 무리한 요구에 대한 성급한 타협은 금물이다. 내줄 건 내주더라도 협상 원칙과 마지노선을 끝까지 고수해야 국익을 지킬 수 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104개
-
534개
-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