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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 오찬 취소’ 장동혁…입장 바꾼 이유는?

재판소원법·대법관 증원법 일방 통과에

이재명·정청래 오찬 1시간 전 취소 통보

靑 “국회 상황 탓한 건 매우 유감스러워”

鄭 “대통령 뽑아준 국민에 대한 무례다”

입력 2026-02-13 06:00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날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 및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불참 결정에 대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6.02.12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날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 및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불참 결정에 대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6.02.12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12일 오찬 회동이 무산됐습니다. 민생 현안 논의가 시급한 과제라는 데 뜻을 모으고 만남이 성사됐었는데요. 회동을 불과 1시간 남긴 시점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파행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예의 없다”며 날을 세우고 있는데, 장 대표가 왜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법안 심사 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재판소원법’을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위헌성 우려가 있는 만큼 더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토론하자”고 반발했지만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을 진행했죠. 이때 대법관 수를 법안 공포 후 2년 뒤부터 3년 간 4명씩 총 12명 증원하는 ‘대법관 증원법’도 함께 법사위를 통과했습니다.

문제는 통과한 법안들이 야당이 뻔히 반대하는 법안이라는 점입니다. 재판소원제도는 확정된 법원 판결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거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을 경우 헌법소원을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법조계와 야당은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죠. 대법원 법원행정처도“헌법 개정 없는 재판소원 도입은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대체토론 발언권을 요구하며 의사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대체토론 발언권을 요구하며 의사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대표가 오찬 불참 이유에 곧바로 재판소원법을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장 대표는 “어제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을 일방 통과시켰다”며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이 잡히면 이런 무도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오찬 하자고 해놓고 야당이 당연히 반대하는 법안을 전날 통과시켰다는 겁니다. 장 대표는 “한 손으로는 등 뒤에 칼을 숨기고 다른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데 대해 응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재판소원법을 ‘이재명 대통령 무죄 만들기 법’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 안팎에선 장 대표가 극우 세력에 대한 눈치를 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전날 극우 유튜브인 전한길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선고 1주일 남겨놓고 진짜 내란 우두머리 이재명을 만나러 청와대 찾아간다고? 지난번엔 계엄 사과하더니 이 타이밍에…”라는 글을 남긴 바 있습니다. ‘윤어게인’을 주장하는 전 씨는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장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입니다. 강성 지지자를 주요 동력으로 당권을 잡았던 장 대표인 만큼 이들 세력의 주장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홍익표 정무수석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예정됐다 취소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오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익표 정무수석이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예정됐다 취소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오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찬 시간을 고작 1시간을 남기고 만남이 파행된 데 대해 청와대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응했습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특히 국민의힘이 국회 상황을 대통령실과 연계해서 설명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국회 일정과 상임위 운영은 여당이 알아서 하는 일로,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어떠한 형태의 관여나 개입을 한 건 전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여야 간의 정쟁을 가지고 왜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하냐는 이야기입니다.

민주당은 더욱 매섭게 질타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에게 무례한 것은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무례”라고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청와대 오찬을 요청한 것도 국민의힘 본인들”이라며 “한 시간 전에 이러저러한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대며 취소했다. 무슨 결례인가”라고도 했습니다.

오찬 취소로 인해 국회는 얼어붙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관세 협상과 맞물린 대미투자특별위원회는 첫 회의부터 여야 의원들의 설전 속에 결국 중단됐고, 6·3 지방선거에 맞춰 행정통합 틀을 논의할 예정이던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채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됐습니다. 민생법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야 간 정쟁으로 입법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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