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채와 다르다”…대부업 이름 바꾸기 ‘제자리걸음’
우수대부업자에 ‘생활금융’ 명칭 허용
법안 발의 1년 넘게 소위 심사 안 열
입력 2026-02-17 17:00
불법사금융 단속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제도권 내 중저신용자 대출 창구 역할을 해온 대부업계의 숙원인 ‘명칭 변경’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합법 등록업체와 불법사금융을 명칭에서부터 구분해야 소비자 혼선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
17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4년 대표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발의 이후 1년이 넘도록 소위 심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개정안에는 금융위원회가 정한 요건을 충족한 ‘우수 대부업자’에 한해 상호에 ‘생활금융’ 표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대부’라는 간판을 사용하는 불법업자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명칭을 통해 합법 업체와 불법사채를 구분하자는 취지다.
대부업계의 간판 교체는 오래된 숙원 사업이다. 초고금리를 적용하거나 과도한 추심에 나서는 불법 사채업자들까지 ‘대부업체’로 통칭되며 정식 등록업체까지 부정적 이미지를 함께 떠안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명칭 변경을 위해서는 대부업법 개정이 필수다. 현행 대부업법은 상호에 ‘대부’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계는 그간 여러 차례 대안을 제시해 왔다. 대부금융협회는 2013년과 2018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명칭 공모와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생활금융’ ‘소비자금융’ ‘서민생활금융’ 등의 표현이 후보로 오르며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대부업법 개정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책 환경도 녹록지 않다. 정부와 국회가 불법사금융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업권 명칭 완화 논의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박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우수 대부업자가 ‘소비자금융’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게 하는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최근 인식 개선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성웅 협회장은 취임 이후 대부업의 역할을 ‘제도권 서민금융’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사금융과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이미지 제고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정 회장은 직접 라디오 광고에 출연해 대부업이 불법사채와 다르다는 점을 알리는 데 나서기도 했다. 광고에서는 등록 대부업체가 불법 사채가 아닌, 법정 최고금리를 준수하는 제도권 서민금융회사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이 정부에 등록된 제도권 금융이라는 점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당국 기준을 충족한 우수업체에 한해 ‘생활금융’ 같은 별도 명칭을 허용하면 소비자도 보다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업체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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