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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긴 윤석열·고친 이재명정부…엇갈린 ‘세수펑크’

<97>‘세수 펑크’ 탈출

엉성한 예측에 역대급 세수결손 윤정부

李대통령, 추경 세입경정…예산 정상화

현금살포만 ‘추경’아냐 …올해 ‘진짜실력’

수정 2026-02-15 12:14

입력 2026-02-15 10:00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인근 삼계탕집을 찾아 오찬을 마친 후 경복궁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인근 삼계탕집을 찾아 오찬을 마친 후 경복궁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세수는 나라 살림의 산소같은 역할을 합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당연히 호흡법부터 바꿔야 살 수 있습니다. 2023년 56조 4000억 원, 2024년 30조 8000억 원. 건국 이래 1, 2위 규모의 세수펑크가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했습니다. 산소가 턱없이 부족하니 대규모 연구개발(R&D)예산을 삭감하고 숨을 참으라 하는 지경이었습니다.

최근 20년간 세수 결손이 발생한 해는 2012·2013·2014·2019·2022년 등입니다. 이 가운데 2014년(약 10.9조 원)을 제외하면 결손 규모는 모두 연간 10조 원 미만에 그쳤습니다. 반면 2023년(56.4조 원)과 2024년(30.8조 원)에는 2년 합계 약 90조 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해, 윤석열 정부 시기 재정 운용의 난맥을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윤 정부는 산소 부족에 나라살림이 버거워지자 외국환평형기금을 빼오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불용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종의 ‘분식회계’를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세수’부족하자 분식회계

2024년 12월10일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자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2월10일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자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본예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24년 말 예산 심사 과정에서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을 대폭 삭감해 일방 처리했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본예산 기준 국세수입은 전망치에 못 미쳐 8조5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당시 국회 예산심사가 허무하게 마무리된 배경에는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 일정이 사실상 마비된 영향이 컸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세입·세출 전망이 연이어 빗나간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치며, 재정 운용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 먹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예산편성 실력도 없이 비상계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등 혐의 1심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퇴장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체포 방해와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등 혐의 1심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퇴장하고 있다. 뉴스1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됐고, 6월 대선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정부는 출범 한 달 만인 지난해 7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을 위해 약 3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숨을 참아라”가 아니라 “산소통을 갈아 끼우자”를 선택한 셈입니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이를 ‘현금 살포’ ‘빚 잔치’라고 비판했지만, 적어도 세수 흐름이 달라진 상황에서 세입·세출을 공식 절차로 조정하고(세입경정), 집행을 정상화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내리 벌어질 뻔 했던 세수펑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추경을 ‘현금 살포’로만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 비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추경은 본질적으로 세수 흐름이 달라졌을 때 세입·세출을 공식적으로 다시 맞추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세수 결손이 예상되면 세입 전망을 조정하고, 그에 맞춰 지출도 함께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변경 사항은 국회 심의·의결을 거칩니다. 행정부는 경제 상황 변화와 세수 부족의 원인을 보고하고, 국회는 이를 심사합니다. 결국 추경은 ‘돈을 더 쓰는 것’만이 아니라, 행정부와 입법부가 견제와 균형을 통해 나라살림을 합법적·투명하게 재조정하는 장치라는 의미도 갖습니다.

추경, 세입·세출 재조정 장치 의미도

윤석열 정부는 추경 편성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며, 세입경정 없이 세계잉여금·기금·가용 재원 활용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세수 결손으로 예산을 수정해야 한다면 추경을 통해 국회 심의·의결을 거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외국환평형기금 등 가용 재원을 동원해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은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정당성 측면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국회의 통제를 우회해 나라살림을 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재명 정부, 윤석열 예산 현실화 추경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세입경정을 포함해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하는 국무회의를 열기 전에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세입경정을 포함해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하는 국무회의를 열기 전에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추경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본예산’을 현실화했습니다. 그 결과 2025년 국세수입은 373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조 4000억 원 늘었고, 지난해 6월 추경에서 세입경정으로 낮춘 전망치(372조 1000억 원)보다도 1조 8000억 원 더 걷혔습니다. 3년 만에 예산을 초과하는 세금을 거뒀다는 얘기입니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잘못 예측한 세수를 고치고(세입경정), 그에 맞춰 집행을 정상화한 결과 세수결손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전년도에 짜였던 윤석열 예산의 ‘과대 전망’을 현실화시킨 결과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세수 부족을 인정하고 공식 절차대로 조정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뒤틀린 재정 운용이 정상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운도 좋았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효과로 내수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으로 수출도 호조를 보이면서 세수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법인세+근로소득세’가 세수 반등을 끌어올렸습니다. 법인세를 깎아주고, 기업 세액공제를 전방위로 실시했지만 윤석열 정부 내내 반등하지 못했던 법인세가 늘어난 것입니다.

민생소비쿠폰 효과…‘경기 회복·반도체 호조’ 세수 확대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이 이표한 ‘2025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2025년 연간 경상수지는 1230억 5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 경제가 기록한 연간 경상수지 흑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종전 최대 기록인 2015년(1051억 2000만 달러) 실적을 180억 달러가량 웃돌았다. 뉴스1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이 이표한 ‘2025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2025년 연간 경상수지는 1230억 5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 경제가 기록한 연간 경상수지 흑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종전 최대 기록인 2015년(1051억 2000만 달러) 실적을 180억 달러가량 웃돌았다. 뉴스1

기업이 실적이 개선되자 임금도 상승하며 세수를 끌어올렸습니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법인세수가 22조 1000억원 늘었고 취업자 수 증가와 임금 상승 등 영향으로 소득세수도 13조 원 증가했습니다. 또 국내 증시 활황세로 거래대금이 늘면서 농어촌특별세도 2조 2000억 원 더 걷혔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책임있는 재정 운용을 위해 현 정부 들어 국회 논의(2025년 7월)를 거쳐 추경으로 세수 추계를 수정한 것과 경기 회복이 반영된 결과”라며 “앞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재정 운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입 여건이 개선되면서 세출 쪽에도 ‘정상화’ 성적표가 붙었습니다. 총세출 집행률은 97.7%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습니다. 불용액은 10조 원으로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세수 결손 국면에서 하반기 집행 제한·불용 확대 같은 부작용이 반복되던 흐름과 비교하면, 재정운용의 체질이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체질바뀐 재정운용의 자신감...‘적자국채’없는 추경

코스피는 12일 전 거래일 대비 167.78포인트(3.13%) 오른 5522.2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은 11.12포인트(1.00%) 오른 1125.99로 장을 마쳤다. 오후 3시 30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9.9원 내린 1440.2원을 기록했다. 뉴스1
코스피는 12일 전 거래일 대비 167.78포인트(3.13%) 오른 5522.2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은 11.12포인트(1.00%) 오른 1125.99로 장을 마쳤다. 오후 3시 30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9.9원 내린 1440.2원을 기록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경을 한다고 소문이 나가지고, 엄청나게 ‘몇조원, 몇십조원씩 적자 국채 발행해서 추경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것은 안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체질이 바뀐 재정운영에 자신감으로 보입니다.

실제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올해들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동반해 경기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큰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법인세율 1%포인트(p) 인상으로 올해 법인세수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최근 5500선을 넘긴 코스피 지수 등 증시 활황으로 증권거래세도 더 걷힐 가능성이 높고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대로 올해 2% 안팎으로 회복될 경우 소득세 등 전반적인 세수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올해 10조 원 이상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국세수입 예산 390조 2000억 원) 이럴 경우 적자국채 발행없이 추경이 가능해집니다.

이재명 정부의 재정운용은 윤석열 정부가 짜놓은 예산을 ‘수정’한 성적표가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한 올해 예산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추경을 하더라도 현금 지원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라는 정책 목표와 세입·세출 정상화라는 재정 원칙을 함께 분명히 할 때, 비로소 정부의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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