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본원적 경쟁력 회복”…반도체 넘어 로봇·AI 융합 생태계 설계
[삼성전자, R&D 비용 ‘하루 1000억’]
李 “새로운 기술에 생존·미래 달려”
맞춤형·차세대 HBM 강화하면서
에이전트 AI로봇 등 개발 가속도
초격차 유지·신사업 확장 투트랙
기흥에 초대형 첨단연구센터 건립
기술역량 결집으로 효율성 극대화
수정 2026-02-13 23:35
입력 2026-02-13 17:33
삼성전자(005930)가 창사 이래 최대 연구개발(R&D)비인 37조 7404억 원을 집행한 것은 메모리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조기에 확보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물량 공세가 아니라 메모리 형태를 다변화하고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하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기술의 삼성’으로 불리는 본원 경쟁력의 원천을 강화하는 의지로 해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R&D 전략은 기존 주력 분야의 한계 돌파와 신사업 영역 확장이라는 투 트랙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반도체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AI 칩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차세대 HBM 투자와 상용화 로드맵도 빠르게 제시했다. 맞춤형(커스텀) HBM 샘플을 내년부터 고객 요청에 맞춰 출하할 방침이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칩 사이의 간격을 없애고 수직으로 쌓는 ‘수직 적층 HBM(zHBM)’ 기술도 개발 중이다. AI 메모리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삼성의 기술적 지향점은 주요 경영진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6 기조연설에서 “이제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시스템 성능을 결정짓는 플랫폼”이라며 “메모리와 로직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R&D의 방향이 단순 공정 미세화를 넘어 패키징과 소자 기술을 융합하는 솔루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삼성 R&D의 또 다른 축은 로봇과 AI의 결합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를 넘어 완제품(DX) 부문에서도 기술적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단행된 사장단 인사에서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윤장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DX부문 CTO 겸 삼성리서치장을 맡은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윤 사장은 과거 삼성벤처투자 대표 시절 AI와 로봇 분야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했다. 업계에서는 윤 사장의 선임을 두고 하드웨어 중심이던 기존 사업에 AI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입혀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구체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하드웨어 기술에 삼성의 AI 역량을 결합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에이전틱 AI’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자신해 로봇이 삼성의 가전 및 모바일 생태계와 연결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미래 기술을 담을 인프라 재정비 작업도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신화’의 발상지로 불리는 기흥캠퍼스 내 옛 종합기술원(SR5)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초대형 첨단 연구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R&D 전용 라인 ‘NRD-K’와 연계해 차세대 메모리와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선행 기술을 연구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흩어져 있던 연구 역량을 결집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전방위적인 R&D 투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흥·화성 반도체 캠퍼스를 찾아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주문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회의 직후에도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신기술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실적 등락과 관계없이 투자를 늘리는 것은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 회장의 평소 지론과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2024년 삼성리서치를 방문했을 당시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와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기술 확보에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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