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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弗 캐비아 사러 오픈런...美 내 집 포기 세대의 역설

美가계대출 연체율 8년만에 최고

빚 짓눌린 2030 ‘작은 사치’로 위안

맨해튼 고급 식료품점 ‘메도레인’

연일 긴 줄…SNS인증샷 명소 부상

입력 2026-02-13 17:39

지면 10면

내 집 마련은 포기해도 750달러(약 108만 원)짜리 캐비아에는 지갑을 연다. 미국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 시간) 미국 MZ세대를 중심으로 고급 식료품점이 활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학자금대출에 허덕이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은 이들이 대신 장 건강에 좋은 주스와 프리미엄 샐러드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가심비’ 소비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지난해 11월 문을 연 식료품점 ‘메도레인’이 있다. 15달러짜리 치킨 너겟, 21달러짜리 스무디, 750달러짜리 캐비아까지 갖춘 이곳은 오픈 직후부터 점심시간이면 추운 날씨에도 긴 대기 행렬이 이어진다. 일본 고구마 샐러드, 견과류 버터 샐러드 등 차별화된 메뉴에 유기농 식재료를 쓴다. 델리·마켓·카페를 한 곳에 모은 데다 은은한 조명과 고급 인테리어로 꾸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명소로도 떠올랐다.

새미 너스도프 메도레인 대표는 MZ세대가 건강과 자기표현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 성향에 주목했다. 유기농 식품을 직접 선별해 진열하고 샐러드 레시피를 개발해 건강식 열풍에 올라탔다.

미국 가계 부채 중 연체 비중 추이. 사진제공=WSJ
미국 가계 부채 중 연체 비중 추이. 사진제공=WSJ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미국의 가계부채 부담이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연체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4.8%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신용상담협회(NFCC)에 따르면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의 평균 연소득은 7만 달러로 팬데믹 이전(4만 달러)의 2배에 달한다.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잃은 젊은이들이 작은 사치에서 만족을 찾는 셈이다.

고급 식료품점 열풍은 메도레인에 그치지 않는다. 인근 해피어그로서리·리거힐마켓·버터필드마켓·자바스 등이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리거힐 소유주 라이언 손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고객이 65달러짜리 런치박스를 사기 위해서도 줄을 선다”고 말했다.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의 아내 민디 그레이도 2020년 ‘사가포낵’을 인수해 최고급 유기농 식료품점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모든 상품을 신중하게 고른 데다 이 지역에서는 적정한 수준”이라며 “이곳은 쇼핑객들이 모여 모임을 즐기는 하나의 ‘공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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