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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 우상을 넘어 정상에 서다

韓 설상 첫 金…17세 승부사 최가온

1·2차전 넘어져 부상 입고도

포기 없이 3차서 역전 드라마

전설 클로이 김 “나 이제 은퇴”

한국어로 ‘최가온 시대’ 축하도

수정 2026-02-13 23:34

입력 2026-02-13 17:56

지면 2면
최가온이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가온이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가온이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가온이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차 시기를 마친 뒤 ‘여기서 끝났다’ 싶었어요.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를 악물고 힘을 냈어요. (이번 대회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차 시기에서 두 번째 점프를 시도하다가 착지 때 보드가 모서리에 걸려 크게 넘어졌다. 큰 부상이 우려됐다. 통증이 이어지며 2차 시기에도 제대로 된 연기를 하지 못하고 설원을 굴렀다. 2차 시기가 끝난 후에는 다리를 절뚝일 정도였다.

‘승부사’ 최가온(세화여고)은 포기하지 않았다. 팀 관계자 등 모두가 3차 시기 출전을 말렸지만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슬로프에 섰다. 최가온은 “1차 시기 이후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여기서 그만해야 하나’라고 생각해서 크게 울었다”며 “머릿속에서 ‘할 수 있어. 너는 가야 해’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내 다리를 믿고 해보자’며 이를 악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가온은 3차 시기에 특유의 높은 점프를 가미한 화려한 연기를 실수 없이 펼쳤다. 모두가 의심할 때 스스로를 믿고 용감히 도전한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그는 “3차 시기를 마치고 ‘그래도 착지는 했다. 아파도 마무리했구나’ 하는 후련함이 있었다”면서 “다치고서 좀 떨렸는데, 그런데도 잘해서 눈물이 났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가온은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해 88.00점의 클로이 김을 꺾고 우승했다. 스노보드를 시작할 때부터 ‘우상’이었던 클로이 김(미국)을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것이다. 2년 전 허리 부상과 이어진 1년간의 재활, 1차 시기의 부상 등 숱한 역경을 이겨낸 뒤 거머쥔 ‘눈물의 금메달’이었다.

이로써 최가온은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과 함께 한국 스노보드의 동계올림픽 1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동시에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 대회 때 세운 이 종목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도 경신(17세 3개월)했다.

2008년생인 최가온은 만 15세가 채 되지 않은 2023년 1월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 ‘X게임’에서 최연소 기록으로 하프파이프 종목 우승을 차지했고, 같은 해 12월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을 달성하며 스노보드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24년 초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했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다. 수술을 받은 최가온은 이후 1년을 꼬박 재활에만 매달렸다. 한창 성장세에 있던 어린 선수가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최가온의 사전에 ‘포기’는 없다. 묵묵히 버텨내며 재활과 훈련에 매달렸다. 동계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난해 12월 마침내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이후 올 시즌 세 차례나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물오른 폼을 과시하며 메달 기대감을 높였고 결국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섰다.

클로이 김(왼쪽)이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가온(가운데)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고 있다. 연합뉴스
클로이 김(왼쪽)이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가온(가운데)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고 있다. 연합뉴스

최가온은 시상식에서도 기쁨의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2위를 차지한 ‘우상’ 클로이 김, 3위 오노 미쓰키(일본)의 축하를 받으면서도 연신 눈가를 훔쳤다. 최가온은 “이번 대회를 위해 연습하면서, 물론 제가 1등 했으면 좋겠지만 저도 모르게 우상인 클로이 언니를 응원하고 있더라”며 “경기 후 언니가 다가와 ‘나 이제 진짜 은퇴한다’고 말했는데,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고 전했다.

클로이 김에 이어 새로운 ‘스노보드 여제’에 등극한 최가온은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앞으로도 스노보드를 열심히 타서 저 자신을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새로운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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