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직장동료·남친보다 나를 위해”…초콜릿에 10만원 투자하는 日여성들
‘의리 초코’ 줄어들고 자기 보상형 소비 정착
카카오 없는 ‘대체 초콜릿’도 인기
전문가 “탈 초콜릿 발렌타인 이어질 것”
수정 2026-02-17 09:37
입력 2026-02-13 17:58
일본의 발렌타인데이가 약 90년 만에 변곡점을 맞고 있다. 1936년 고베 모로조프 제과가 “고마운 분께 초콜릿을 전하자”라는 캠페인을 시작하며 정착된 ‘여성이 남성에게 마음을 전하는 날’이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기록적인 카카오 가격 폭등과 가치관의 변화가 맞물리며 발렌타인데이는 이제 ‘나를 위로하고 보상하는 날’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남자친구보다”...‘지분 초코’에 1만 엔 투자도
최근 20대 직장인 아야노 씨는 도쿄의 한 백화점에서 자신을 위한 초콜릿인 ‘지분 초코(自分チョコ)’를 구매했다. 그는 “1년간 열심히 산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구매 이유를 밝혔다. 그가 고른 초콜릿은 약 3000엔(한화 약 2만 8000원). 주변에는 지분 초코에 1만 엔(한화 약 9만 4000원) 이상을 투자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다.
아야노 씨는 “초콜릿 가격이 너무 올라 평소에는 사기가 망설여지지만, 발렌타인데이라는 핑계를 대고 평소보다 좋은 제품을 나에게 선물한다”며 “남친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맛있는 초콜릿을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치도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일본 쿠후 종합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9%가 자신을 위해 초콜릿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그중 72.2%는 이유로 ‘자기 보상·플렉스’를 꼽았다. 발렌타인데이가 ‘고백의 날’에서 ‘셀프 보상의 날’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판초코 가격 2배 뛰어”...‘기리 초코’ 문화는 쇠퇴
반면 과거 일본 발렌타인데이의 상징이던 ‘기리 초코(義理チョコ·의리 초콜릿)’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인테이지에 따르면 “초콜릿을 줄 계획이 없다”는 여성 응답은 4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직장 여성의 85.4%는 “기리 초코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카카오 쇼크’다. 서아프리카의 이상기후와 질병 확산으로 카카오 공급이 급감하면서 원재료 가격이 2~3배 뛰었다. 일본 소매점의 판초콜릿 평균 가격은 2022년 100엔(한화 약 940원) 수준에서 지난해 9월 199엔(한화 약 1900원)으로 3년 만에 두 배가 됐다.
히로시마대 사토 키요타카 명예교수는 FNN 프라임과의 인터뷰에서 “카카오 가격이 예전처럼 저렴한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카오 값 급등에...‘대체 초코’의 등장
카카오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은 ‘대체 초콜릿’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찾은 오사카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아무르 뒤 쇼콜라’ 행사장에서는 카카오를 전혀 쓰지 않은 ‘아노자(Another) M’ 제품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후지제유가 개발한 ‘아노자 M’은 캐롭(イナゴ豆·이낙고마메)과 완두콩 등을 원료로 초콜릿 특유의 풍미와 식감을 구현한 신소재다. ‘또 다른 밀크’라는 뜻으로 견과류처럼 고소하고 밀키한 감칠맛과 깔끔하게 녹는 식감이 특징이다.
매장 직원은 “아노자 M 관련 상품은 인기가 많아 1인당 1개로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상품이 오전 중에 품절되어 온라인 구매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고베 한큐 백화점의 발렌타인데이 행사장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초콜릿 제품의 가격대는 500엔대(한화 약 4700원)부터 1만 엔 안팎까지 폭넓었으며 고가 제품 매대 앞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20대 대학생 A 씨는 “주변에서 초콜릿을 주고받는 문화 자체가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가격 부담이 커진 만큼 불특정 다수에게 뿌리는 소비 대신 소중한 사람이나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소비가 젊은 세대에 정착된 모습이다.
“꼭 초콜릿 아니더라도”...발렌타인데이 전망은
음식 저널리스트 야마지 리키야는 현지 매체 기고에서 지금의 현상을 ‘탈 초콜릿 발렌타인데이’로 규정했다. 그는 “카카오 가격 급등으로 백화점들은 젤리·마시멜로·구움과자·화과자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며 “초콜릿이 아니라 발렌타인 선물 시장 전체를 유지·확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사들 역시 ‘초콜릿’이 아닌 마음을 전하는 선물에 방점을 찍는다. 화려한 한정판 콘셉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화적 패키지, 폭넓은 가격대 설정으로 소비층을 세분화하고 있다.
야마지 씨는 “앞으로 발렌타인데이는 ‘초콜릿의 날’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이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날’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성별과 관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선물 교환의 날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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