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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안전장치 빠진 ‘자사주 의무 소각’은 자충수

입력 2026-02-14 00:02

지면 23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용민 위원장이 3차 상법 개정안 공청회  시작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용민 위원장이 3차 상법 개정안 공청회 시작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13일 국회 공청회에서 전 세계 유례가 없는 과잉 입법의 위험이 있어 예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 교수는 “자사주 소각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넘어서는 전무한 일”이라며 “국민경제에 이익이 될 가능성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사주 소각이 강제되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의 자사주 매입 유인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도 6개월 유예기간 이후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통해 총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식 가치를 높이고 코스피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기존 개정 상법에 대응하기도 벅찬 마당에 설상가상의 부담을 떠안는 격이 됐다. 민주당은 이사 책임 강화 내용 등을 담은 1·2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3차 개정안도 이달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기세다.

경제계는 해외 투기 자본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할 방패를 잃게 된다는 이유로 자사주 의무 소각을 우려해 왔다. 특히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사주까지 소각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며 예외 적용을 요구했다. 법무부도 “자사주가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우량 기업을 외국 투기 자본으로부터 보호할 대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사주 소각으로 유통 주식이 줄어들 경우 짧게는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기업의 자사주 매입 동력이 약화돼 시장 체력이 외려 저하될 수 있다.

구글·메타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외부 위협 시 기존 주주가 지분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포이즌필’과 지배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등으로 경영권을 지킨다.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능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는 만큼 여당은 법무부의 의견을 수용해 방어장치 논의부터 해야 한다. 경영권 안전장치가 빠진 자사주 의무 소각은 경제에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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