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팔아 돈 받았냐”…편견에 두 번 우는 장기 기증 유가족
[장기기증 연중캠페인-이어진 숨, 피어난 삶]
공감커녕 의심…생채기만 남아
수정 2026-02-13 18:26
입력 2026-02-14 07:25
“죽은 자식으로 장사한다 하더라고요. 장기 팔아 돈 받았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2013년 교통사고로 서른다섯 살 된 딸을 떠나보내고 뇌사 장기기증을 결정한 송종빈 씨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기증 이후 겪은 오해와 현실을 이같이 토로했다. 생명 나눔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유가족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는 게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과거 언론 인터뷰에 나섰던 게 역효과를 초래한 것이다. 돌아온 것은 숭고한 결정에 대한 공감은커녕 ‘의심’이라는 또 다른 생채기만 났을 뿐이다.
송 씨는 “그럼에도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장기 기증이 늘지 않는 배경에는 단순히 제도적 한계뿐만 아니라 뇌사와 기증을 둘러싼 왜곡된 인식과 두려움이 있어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송 씨는 시신 훼손에 대한 막연한 공포, 의료진에 대한 불신, ‘혹시 기적이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결정을 미루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사이 장기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자신 역시 기증 결정의 순간을 떠올리며 “의사가 오진한 것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반복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결국 장기 기증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고인의 뜻이었다. 그는 딸이 생전에 “나는 죽으면 장기 기증을 할 거야”라고 말했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고인의 의사를 가족이 존중해주는 것이 남은 사람의 책임이라고 여겼다. 동시에 장기이식 대기자와 그 가족들이 매일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버티는 현실을 알고 난 후 이를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결단을 재촉했다.
송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유가족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믿었다. 그는 약 2000만 원을 기부해 유가족 합창단을 만들고 지금까지도 병원과 학교를 돌며 공연과 강연을 이어왔다. 일회성 행사로 끝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유가족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사회적인 오해를 푸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도 유가족을 두 번 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극적인 글과 잘못된 정보가 유가족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장기 기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며 “장기 기증을 둘러싼 왜곡된 정보나 의혹이 확산되면 기증이 급감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씨는 마지막으로 “기증은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사회가 기증자를 의심의 대상이 아니라 기억해야 할 사람으로 바라볼 때, 유가족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 비로소 생명 나눔은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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