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사법개혁안’ 전면전…與 “2월 내 강행” vs 野 “입법폭주·사법파괴”
입력 2026-02-14 07:00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3대 사법개혁안’이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을 모두 2월 내 본회의에서 의결하겠다는 목표로 법안 처리를 서둘러 마무리했습니다.
민주당의 ‘3대 사법개혁안’은 법왜곡죄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 재판소원 도입이 골자인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그리고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일컫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법들을 ‘사법 파괴 악법’으로 보고 본회의 의결을 온몸으로 막아세우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달 12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국회는 최대 150여 건이 넘는 민생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형법 개정안(지난해 12월)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이달 11일)이 상임위를 통과하자 여야는 다시 극한 대치 국면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이달 12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전격 불참 통보를 한 데 이어 같은날 본회의까지도 여당이 보이콧을 하면서 양당이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3대 사법개혁안’으로 말미암은 극한 대립.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상황을 샅샅이 파헤쳐봤습니다.
與, ‘법왜곡죄’ 강행 처리…野·법조계 집단 반발
국회 법사위는 12·3 비상계엄 1주년인 지난해 12월 3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더불어 법왜곡죄 내용을 포함한 형법 개정안을 여당 주도로 강행 처리했다.
법왜곡죄는 판·검사 또는 범죄 수사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위법 부당한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 △범죄사실을 묵인해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사건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변조된 증거를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한 경우 △공소권을 현저히 남용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 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초 지난해 12월 1일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한 법왜곡죄는 이틀 후인 12월 3일 전체회의에 상정돼 통과하는 수순이었으나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안건조정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됐다.
하지만 범여권의 압도적 찬성으로 결국 해당 법안은 다시 전체회의로 넘어가 상임위 문턱을 넘게됐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안건에 이견 조정이 필요할 때 구성되는 회의체다. 최장 90일동안 법안을 심사할 수 있으나 조정 위원 6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하면 상임위로 회부돼 즉시 의결할 수 있다.
법왜곡죄의 상임위 통과에 야당 못지 않게 우려를 표한 것은 법조계였다. 지난해 12월 5일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 고등법원·지방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법원장 정기회의를 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회의 시작 전 “사법제도는 한 번 바뀌면 사회 전반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릇된 개편은 국민에게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전문가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전국법원장 정기회의가 열린지 3일 후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개최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회의에서 법관들은 “사법제도 개선은 국민 권리 구제를 증진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 기대와 요구,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의 의견이 논의에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소원법이 ‘사실상 4심제’?...“헌재가 합헌 인정” vs “국민 소송 지옥으로”
국회 법사위는 이달 11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주도로 법안심사1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재판소원법을 의결했다.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법왜곡죄(형법 개정안)까지 묶어 사법 개혁 핵심 법안들을 2월 국회 내에 본회의 의결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 등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범여권 주도의 사법 개혁안을 ‘사법 악법’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의 강행 시도에 거세게 반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을 소송 지옥으로 몰아넣는다는 우려가 나오는 4심제를 법안소위에 올려 1시간 만에 통과했다”며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위헌적인 법안을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인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헌법상 최고 법원인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재에 또 한번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4심제’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판소원 제도 도입 시 5년간 최소 63억 6100만 원에서 최대 187억 7400만 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12억 7200만~37억 5500만 원 수준이다. 신 의원은 “국민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상 최종 기관은 헌법재판소”라며 “헌법재판소에서 재판소원이 합헌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아주 많이 해뒀다”고 했다. 법안을 발의한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심제’ 비판에 대해서 “헌법 재판과 기본적인 사법 재판은 다른 것”이라며 “4심제는 전혀 다른 주장”이라고 했다.
李 대통령 오찬 걷어 찬 張...본회의까지 보이콧까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 불참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회동 시간을 불과 1시간여 남겨둔 시점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장 대표가 끝내 오찬 회동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는 여당의 사법개혁안 강행 처리가 있다. 당초장 대표는 11일 지방 순회 이후 서울로 복귀하던 중 청와대로부터 온 회동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신동욱·김민수 등 일부 최고위원들이 여당의 사법개혁안 처리를 빌미로 오찬 회동에 불참하길 강력히 요청하면서 장 대표가 숙고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장 대표는 “시기적으로나 형식·의제로 봤을 때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지만 설 명절을 앞두고 민생에 대해 논하자고 한 제안을 즉각 수용했다”면서도 “그런데 어제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법률과 대법관 증원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 등 뒤에 칼을 숨기고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데 응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즉시 유감의 뜻을 표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예정됐던 여야 정당대표의 오찬 회동이 장 대표의 갑작스런 불참으로 취소됐다”며 “국회 상황과 연계해 대통령과 약속된 일정을 취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주도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통과시킨 게 야당에 빌미가 됐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초딩’(초등학생)보다 못한 유치한 결정”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들의 신경전을 한시가 급한 국회 일정도 모두 멈춰세웠다.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가 첫 회의 시작 40여 분 만에 파행했다. 12일 본회의에서 최대 150여 건의 법안을 처리하겠다던 국회는 야당의 보이콧으로 66건 의결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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