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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감소야”... 세수 펑크 논란에 감춰진 진실

재경부 ‘2025년 세입결산’ 놓고 해석 엇갈려

추경 기준 ‘선방’ vs 본예산 ‘3년 연속 세수 결손’

정부 “국회 승인 거친 추경 예산안 기준점” 강조

2020년 세입경정으로 변경...추경 예산으로 비교

“불필요한 논쟁, 세입기반 악화가 본질” 주장도

수정 2026-02-14 07:55

입력 2026-02-14 07:45

허장(왼쪽) 재정경제부 제2차관이 10일 오전 한국재정정보원에서 2025회계연도 총세입부·총세출부 마감행사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재정경제부
허장(왼쪽) 재정경제부 제2차관이 10일 오전 한국재정정보원에서 2025회계연도 총세입부·총세출부 마감행사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재정경제부

“세금이 8조5000억 덜 걷혔다. 3년 연속 세수 펑크다”

“아니다. 1조8000억 더 걷었다. 최근 2년 간 대규모 세수결손에서 벗어난 것이다”

지난 10일 재정경제부가 ‘2025 회계연도 국세수입 실적’을 발표한 이후 세수 결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지난해 총세입 중 국세수입이 373조9000억원으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한 예산(372조1000억원)보다 세금이 1조8000억원 더 걷혔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는 “2025년 회계연도는 난 2년 간의 대규모 세수결손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앞서 정부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56조4000억원, 30조8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기록하며 큰 홍역을 치른 터라 ‘이번 만큼은 달랐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해석이 과거 사례와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세수 실적을 ‘추경 예산’ 대비로 집계했는데 대규모 세수 펑크가 난 2023년과 2024년엔 ‘본예산’과 비교했다. 바로 여기가 논란의 시작점이다.

2025년 회계연도 국세수입은 본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382조4000억원이다. 지난해 6월 2차 추경 때 실시한 세입경정(국세 감액) 10조3000억원이 반영되기 전 수치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세 수입은 8조5000억원이나 덜 걷힌 셈이다. 결손 규모는 2023년과 2024년이 비해 대폭 줄었지만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도 할 말은 있다. 세수 결손 여부의 기준점은 추경 예산이 맞다는 것이다. 2차 추경 때 세수 부족을 인정하고 국세 수입을 10조원 넘게 줄여 국회 동의까지 받아 통과시킨 예산과 비교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으로 치면 대규모 손실을 미리 반영한 ‘빅배스’를 하고 새 장부를 만들었는데 왜 이전 장부갖고 들먹이느냐는 억울함도 읽힌다. 실제 이전 정부에서는 세수 부족이 자명한 상황에서도 세입경정을 하는 대신 외국환평형기금 등 각종 기금을 끌어다 쓰거나 예산 집행의 불용액을 키우는 임시방편을 동원했다. 국세수입 실적 발표 후 ‘3년 연속 세수 펑크’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자 재경부 담당 국장이 다시 기자실을 찾아 추가 설명 브리핑을 열기도 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문제가 아니다. 양측 주장의 합리성을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3년 연속 세수 펑크’라는 해석은 ‘본예산’ 기준이란 전제를 달면 틀린 말이 아니다. 이미 직전 2개 회계연도 세수 실적을 결산할 때 썼던 기준이기도 하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세입경정은 없었지만 그 해 9월경 세수재추계를 통해 세수결손을 미리 밝혔던만큼 그 때도 세수재추계를 기준점을 삼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억울해도 정부 당국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합리성 측면에서 보면 정부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정부는 “2025년 회계연도 추경 예산은 본예산 이후 세수 여건 변화를 감안해 국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 세입 예산이므로, 실적은 이 추경 예산과 비교하는 게 맞다”고 항변한다. 우선 세수 재추계는 세입 전망을 낮춘다는 점에선 유사하지만 국회 동의를 얻어 공식적으로 정부의 예산안이 변경되는 세입경정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단위: 조원 <자료>재정경제부
※단위: 조원 <자료>재정경제부

비교 기준점 논란도 마찬가지다. 세입 경정을 포함한 추경이 있었던 해의 세입 실적을 살펴보면 정부는 당시에도 추경 예산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지난해를 제외한 마지막으로 세입경정 추경을 했던 때는 2020년이다. 정부는 당시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한 추경을 총 3차례 편성하면서 세출을 본예산 대비 23조9000억원 확대하고, 세입은 11조4000억원 감액했다. 이듬해 2월 국세수입 실적 마감 결과 총 5조8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정부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3차 세입예산 추경 기준 279조7000억원 대비”라고 명확히 썼다. 세입경정 없이 추경을 편성했던 2019년 회계연도 역시 국세수입 실적 결산에서 기준점을 추경 예산으로 삼았다.

일각에선 이번 세수펑크 논란이 정작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갈수록 취약해지는 ‘세입 기반’이다. 재경부에 따르면 국세수입은 2022년 395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후 2023년 344조1000억원, 2024년 336조5000억원 등 2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 373조9000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2022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논란에 대해 “본예산 예측보단 세수결손, 추경 예측보단 초과세수로 비교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른 문제”라며 “‘세수결손’과 같은 덜 중요한 논쟁으로 ‘세수감소’ 여부가 다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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