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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요즘 화장장 숨통 트였다는데”…6일장·지방 원정 정말 끝났을까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11기→15기 증설 효과 ‘톡톡’

‘화장대란’ 다소 줄었지만 초고령·님비·땅값 문제는 여전

“유휴부지 덕에 숨 고른 것…수도권 전략 없으면 대란 재연”

입력 2026-02-16 11:30

설을 앞둔 8일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추모공원에서 한 시민이 성묘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설을 앞둔 8일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추모공원에서 한 시민이 성묘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서울 시민들이 ‘화장장 전쟁’에서 다소 숨통을 틔우고 있다. 이른바 ‘화장대란’으로 불리던 화장장 부족 문제가 일부 해소된 덕분이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화장장 부족 사태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서울추모공원 화장로 증설 공사를 마무리해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내 화장로를 11기에서 15기로 늘렸다. 이에 따라 이곳 하루 화장 가능 건수는 59건에서 85건으로 확대됐고, 서울시립승화원까지 합치면 서울시 내 하루 화장 가능 건수는 181건에서 207건으로 늘었다. 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시립승화원 구형 화장로 교체까지 끝나면 관내 화장 수용 능력이 하루 249건 수준까지 올라가, 2040년 예상 수요(하루 평균 227건)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6일장·지방 원정’ 부른 화장대란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화장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가까워졌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화장률이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로 급증한 반면, 화장시설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장례 3일 차에 화장을 마치는 비율(3일차 화장률)이 2019년 86.2%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73.6%로 떨어진 뒤 2025년에도 75.5%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여파는 서울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났다. 서울에선 4일장은 기본, 6일장까지 치르는 사례가 속출했고 수도권 시민 상당수는 전북·강원 등 지방 화장장을 찾아 ‘원정 화장’을 해야만 했다. 2024년 기준으로 서울의 화장시설 가동 여력은 사망자 수 대비 -11.7%인 반면 전북은 116.2%로 여유가 있는 등 지역 간 불균형도 뚜렷했다.

원인은 초고령·님비·땅값…서울추모공원은 예외

전문가들은 서울 화장장 부족의 배경으로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 혐오시설을 둘러싼 ‘님비’(NIMBY·지역 이기주의), 높은 토지비용을 꼽는다. 통계적으로 사망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데 화장시설은 거의 늘지 않았고, 이미 확보된 부지 외에 신규 부지를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에서는 지자체가 화장시설 신규 건립을 추진했다가 주민 반발에 막혀 수년째 표류 중인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규 화장장 후보지 주민들이 찬성해도 인근 지역에서 “도시 이미지·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업을 접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추모공원 증설은 이런 흐름 속에서 비교적 ‘조용히’ 진행된 예외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는 서울추모공원을 2008년 조성할 당시 초고령사회 진입과 장례문화 변화를 예상하고, 화장로 추가 설치가 가능한 유휴부지를 미리 확보해 뒀다. 이번 증설은 이 부지를 활용해 추가 매입 없이 진행된 만큼, 새로운 후보지를 찾을 때처럼 대규모 주민 반대나 장기간 갈등이 붙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숨통은 트였지만…” 여전한 논쟁거리

서울 화장장 부족은 일정 부분 완화됐지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은 보고서 등에서는 도심 대형 병원 장례식장에 소규모 화장시설을 설치하는 방식, 수도권 광역 차원의 공동 화장장 확충, 사설 화장시설 규제 완화 등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지만, 현실화 과정에서 또 다른 님비 갈등을 부를 가능성도 크다. 화장장을 ‘불가피한 공공 인프라’로 보고 장기적인 수도권 광역계획 안에서 입지·수요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서울이 미리 확보해 둔 유휴부지 덕분에 간신히 숨을 고른 상황일 뿐”이라며 “향후 10~20년을 내다본 수도권 전체의 화장 인프라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화장대란’은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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