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목소리까지 속인다...명절 보이스피싱 주의
명절 전후 보이스피싱 6년간 4만건
짧은 말로도 AI로 목소리·억양 복제
금전요구·계좌이체 부탁 시 의심해야
입력 2026-02-15 07:00
#설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주 부산에 사는 70대 여성 A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아들이었다. 아들은 “명절 전에 급히 돈을 보내야 하는데 휴대폰이 이상해 계좌 인증이 안 된다”며 대신 송금을 부탁했다. 이어 “지금 일이 바빠 통화를 오래 못 한다”며 재촉까지 했다. 당황한 A씨는 계좌번호를 받아 적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아들에게 연락했다. 확인 결과 조금 전 통화 속 목소리는 아들이 아니라 인공지능(AI)으로 합성된 음성이었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설과 추석 연휴가 있었던 2020∼2025년 1∼2월, 9∼10월에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총 4만4883건, 피해 액수는 46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건당 피해 액수는 2020년 1~2월 940만 원에서 2150만원으로 2.3배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가 가장 많았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AI 기술을 악용해 한층 더 교묘해지고 있다. AI 기술 발전으로 짧은 음성 샘플만으로도 특정인의 목소리와 말투, 억양을 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자녀나 가족의 목소리를 조작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수법의 범죄가 늘고 있다. 모르는 번호에서 걸려온 전화에 무심코 “여보세요”라고 대답한 한 마디만으로도 목소리가 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아랍에미리트의 한 은행에서는 딥보이스로 흉내 낸 대기업 임원의 전화를 받고 420억 원을 송금한 피해가 발생한 적도 있다.
설 명절 전후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 당국 역시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10계명’을 배포해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명의도용이나 구속 수사를 언급하는 전화, 가족·지인을 사칭해 금전을 요구하는 연락, 대출을 빙자해 선입금이나 타인 계좌 이체를 요구하는 경우는 모두 사기라며 즉시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악성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URL)를 클릭하도록 하는 경우에도 응하지 말고, 필요시 경찰(112)이나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신청하지 않은 신용카드가 배송됐다며 연락한 뒤 특정 번호로 전화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카드 배송 사기’도 최근 늘고 있다며 일단 전화를 끊고 ‘내 카드 한눈에’ 서비스나 카드사 공식 고객센터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심차단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융당국은 여신거래, 비대면 계좌개설, 오픈뱅킹 안심차단서비스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안심차단서비스는 현재 이용 중인 금융회사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금융결제원 어카운트인포 앱 또는 은행 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103개
-
534개
-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