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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춘제 접수한 로봇, 그 뒤엔 절박한 ‘생존 경쟁’

10억명 시청 CCTV ‘춘완’

스폰서비만 최소 100억 원

1년치 연구개발비 맞먹어

주요 업체들 잇단 IPO 앞두고

홍보효과 위해 수백억 ‘도박’

“올해부터 옥석가리기 본격화”

수정 2026-02-16 12:53

입력 2026-02-16 13:00

중국 로봇 업체 4곳이 등장한 가상의 ‘춘완’ 무대를 AI로 생성한 사진.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이용
중국 로봇 업체 4곳이 등장한 가상의 ‘춘완’ 무대를 AI로 생성한 사진.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이용

독자 여러분 즐거운 설 명절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밤 중국에서는 시청자 수만 10억 명이 넘는다는 중국중앙(CC)TV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春晚)’이 방영될 예정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등장해 화려한 묘기를 선보이며 대륙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죠. 하지만 화려한 조명 이면에는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감당하며 자금줄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눈물겨운 생존 경쟁이 숨어 있습니다. 아직은 성장이 절실한 스타트업들이 왜 수백억 원의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무대에 목을 매는지 그 속사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수백억 출연료 ‘도박’... 제2의 유니트리 노린다

지난해 1월 춘제 갈라쇼에서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군무를 추고 있다. 중국중앙티비(CCTV) 캡처
지난해 1월 춘제 갈라쇼에서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군무를 추고 있다. 중국중앙티비(CCTV) 캡처

16일 현지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36kr에 따르면 춘완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기 위한 스폰서비는 적게는 6000만 위안(약 125억 원)에서 1억 위안(약 209억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독점 스폰서십의 경우 그 비용이 5억 위안(약 1045억 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죠. 올해는 유니트리, 갤봇, 매직랩, 노에틱스 등 4곳이 거액을 들여 공식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수익 모델이 아직 불분명한 스타트업에 이 비용은 1년 치 연구개발(R&D) 예산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이 ‘도박’에 가까운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는 지난해 유니트리가 거둔 극적인 성공 사례 때문입니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춘완 출연 이후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서 물량 품귀 현상까지 겪기도 했습니다. 이후 차이나모바일, 텐센트, 알리바바 등 빅테크로부터 수억 위안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 가치 역시 120억 위안(약 2조 400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10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 광고 효과가 반드시 실제 매출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업체보다 퍼포먼스가 뒤처질 경우 브랜드 이미지만 훼손될 위험도 큽니다. 이에 유니트리의 라이벌인 ‘애지봇’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춘완 출연을 고사하는 대신 지난 8일 자체 온라인 갈라쇼 ‘로봇의 신기한 밤’을 열며 춘제 전 대중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꺼번에 받았죠. 동시에 산하 로봇 대여 플랫폼인 칭톈쭈를 통해 쇼에 출연한 로봇들을 예약 대여하는 치밀한 전략을 펼쳤습니다. 연휴 기간 예약이 가득 찰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며 실질적 수익 창출에도 꽤나 성공한 모습입니다.

200개 업체 난립... 돈줄 못잡으면 도태된다

애지봇이 8일 개최한 로봇 갈라쇼 ‘로봇의 신기한 밤’에서 로봇 마술사가 공중부양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신화통신
애지봇이 8일 개최한 로봇 갈라쇼 ‘로봇의 신기한 밤’에서 로봇 마술사가 공중부양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신화통신

올해 유니트리, 매직랩, 러쥐로봇 등 대다수 업체들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원인입니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0개가 넘는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올해부터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특히 선두 업체들이 1만 대 양산을 예고하며 올해를 로봇 상용화의 ‘원년’으로 선포함에 따라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중국 벤처캐피털 윈시우캐피탈의 AI·첨단제조업 책임자 쉬디는 “올해 피지컬 AI(물리적 실체를 가진 AI)에 대한 투자 열기가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식은 상황”이라며 “자체 개발 능력과 실제 구현 능력이 부족한 많은 회사들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긴박감은 선두 업체 간의 ‘출하량’ 설전에서도 드러납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 1만 3300대 중 애지봇이 5168대(39%)로 1위, 이어 유니트리 4200대(32%)로 2위였는데요.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비슷한 내용의 통계를 발표했죠. 그러자 유니트리는 실제 출하량이 5500대를 넘었다며 즉각 반발했고, 애지봇은 옴디아의 발표가 맞다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죠. 현지 매체 TMT포스트는 “자금난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량은 기업의 자금 조달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올해 승부처가 단순 출하량이 아닌 실제 수요에 있다고 봅니다. 대여나 시간제 결제처럼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유효 출하량’이 중요하다는 뜻이죠.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사인 리얼맨의 정수이빙 CEO는 “춘완 무대 이후 업체들이 사용자의 ‘페인포인트’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만이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차이나코어를 구독하시면 중국을 관통하는 핵심(Core) 이슈부터 지금 현지에서 가장 뜨거운 트렌드(Core)까지 한눈에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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