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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한은, 금 ETF에서 답 찾는 이유

수정 2026-02-16 23:45

입력 2026-02-17 14:00

2일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에 금시세가 표시돼있다. 연합뉴
2일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에 금시세가 표시돼있다. 연합뉴

한국은행이 해외 상장 금(金)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방안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 한은이 금 관련 금융상품 매입을 테이블 위에 올린 것은 2013년 이후 13년 만이다. 직접 금괴를 사들이는 방식은 아니지만 ‘금 ETF’에는 한은이 그간 쉽게 손대지 못했던 역사적 맥락과 정책적 고민이 얽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외환보유액 운용 다변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금 ETF 투자 검토안을 보고받았다.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의 내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의의 배경으로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가 꼽힌다. 2022년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의 연간 금 매입 규모는 1000톤을 웃돌며 과거 평균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글로벌 금융 질서에 대한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공격적으로 금 보유를 늘려온 국가들 가운데에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국가들이 적지 않아 이를 곧바로 ‘글로벌 표준’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한은은 금이 채권이나 주식에 비해 유동성과 환금성이 떨어지고, 이자·배당 등 현금 흐름이 없어 운용 효율성이 낮다고 판단해왔다. 현재 보유 중인 실물 금은 전량 해외에 보관돼 있으며, 대여 수익도 보관 비용으로 상당 부분 상쇄되는 구조다.

특히 실물 금은 한 번 매입하면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책적 부담이 크다. 금은 단순한 투자 자산을 넘어 외환보유액의 ‘최후 안전판’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사고팔기 어렵고, 매각 이후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정책 신뢰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한은은 2011년부터 2013년 초까지 약 90톤의 금을 매입했으나 이후 국제 금값이 하락하면서 손실 논란을 겪었다. 당시 매입 물량은 현재도 해외에 보관 중이며, 이후 추가 매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외화자산 운용은 단순한 수익 추구의 문제가 아니다. 외환시장 불안 시 즉각 투입 가능한 유동성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미국 국채 를 중심으로 운용해왔지만, 글로벌 저금리 국면에서는 수익률 제고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한은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채권을 각각 전담하는 운용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채권 투자 비중을 확대해왔다. 주요 선진국 국채뿐 아니라 역내 우량 채권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며 수익성과 분산 효과를 동시에 모색해온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한국투자공사(KIC)에 위탁하던 주식 운용과는 별도로 자체 주식 운용팀도 신설했다.

이 같은 운용 전략은 동남아 주요국 중앙은행들 사이에서 참고 사례로 거론될 만큼 주목을 받아왔다.

한은은 2013년 이후 금 대신 주식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수익률을 끌어올려왔다. 외화자산 중 주식 비중은 2012년 5.7%에서 2024년 10%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는 전 세계 136개 중앙은행 평균 주식 비중(약 2%)의 약 5배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구성은 공개되지 않지만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분산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자산 운용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사례는 스위스 중앙은행이다. 스위스는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독자 통화인 스위스 프랑을 유지한다. 유럽 경제권 한복판에 위치하면서도 안전자산 통화로 분류돼 글로벌 금융 불안 시 자금이 몰리며 통화가 급격히 절상되는 압력을 반복적으로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SNB는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늘렸고 주식 투자 비중 역시 높아졌다. 다만 이는 스위스의 특수한 통화·지정학적 환경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중앙은행이 글로벌 주식을 대규모로 운용하는 것 자체는 여전히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와 비교하면 한은이 실물 금 비중을 급격히 확대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은 전통적 안전자산이지만 현금 흐름이 없고 정책 자산 성격이 강해 탄력적 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실물 금 대신 ETF 형태로 접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 현물 ETF는 실물 가격을 추종하면서도 시장에서 즉시 매매가 가능해 유동성이 높고 보관 부담이 적다. 필요 시 신속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외환보유액 운용 원칙과의 정합성이 비교적 높다는 평가다. 최근 금 가격 상승 흐름까지 감안하면 분산 투자 수단으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은 관계자는 “금 ETF 매입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안전성과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외환보유액 운용 다변화 차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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