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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민연금 의결권 민간에 위임한다

자금 일임서 펀드 출자로 변경

이르면 내년 주총부터 단계적용

주주권 활성화 증시부양 호재로

수정 2026-02-19 23:27

입력 2026-02-19 16:46

지면 1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경.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가 행사할 수 있도록 국내 주식 운용사에 대한 자금 위탁 방식을 변경한다. 현재 출자는 자금 일임 방식으로 이뤄져 모든 의결권이 국민연금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만큼 이를 펀드 출자 방식으로 바꿈으로써 ‘연금 사회주의’ 논란도 덜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이달 24일 국민연금의 자금 출자 방식을 펀드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책위에서는 규정 개정 등 필요 사항 전반을 점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정기 주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일임 방식에서 의결권을 민간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약 244조 8000억 원이다. 국민연금은 이 중 절반을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위탁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한다. 위탁 형태는 투자 일임 방식이다. 투자자의 성향에 맞춰 운용사가 투자자의 자금만 운용하는 구조다. 이처럼 현재는 투자 일임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의결권은 전부 출자자인 국민연금에 귀속된다. 의결권을 위탁운용사가 행사하지 못하고 국민연금이 전부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의결권을 민간이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도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위탁운용사가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얼마나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는지 등을 반영해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운용사가 의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주주권 행사 등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위탁운용사가 행사하게 될 경우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활동을 통해 주주 환원 등을 촉구하면서 증시 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금 사회주의’ 논란 끝내고 상장사 체질 개선 속도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게 되면 주주권 행사 중요 국면마다 번번이 직면했던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끝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의결권을 민간이 행사함으로써 국민연금의 독립성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는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완전한 독립을 이룬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에 대한 자금 출자 방식을 일임에서 펀드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임 형태로 자금을 맡길 경우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지만 펀드 형태로 운용되면 위탁운용사의 직접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국민연금이 매번 직면했던 연금 사회주의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되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대표 사례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은 연금 재정의 막대한 손해를 무릅쓰고 합병에 찬성했다. 재판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연금 가입자인 국민을 위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투자 대상이자 감시 대상인 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이 사건으로 6700억 원 규모의 재정상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투자 대상 회사의 기업가치 상승이나 주주 혹은 투자수익자의 이익을 위한 투표보다 투자 대상 회사의 지배주주 혹은 경영진에 찬성표를 던지는 ‘자동거수기’ 비판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됐고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면서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오면서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골자로 국가가 기업 소유에 과도하게 간섭해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국민연금은 포스코그룹과 KT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해 공식적으로 특정 인사 선임을 저지함으로써 수시로 독립성에 대해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대안으로 거론된 것이 주주권을 민간에 위임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보다 민간에 맡겨 독립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실제 글로벌 3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의 세계 최대 공적연금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은 직접 운용 대신 민간에 위탁한다. 주식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전적으로 위임해 정부의 개입을 차단하고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민간 의결권 활성화를 위한 제반이 상당 부분 마련돼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공모 펀드와 달리 다른 출자자와 함께 출자하지 않아 위탁운용사 입장에서는 온전히 국민연금의 자금만을 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운용 방식은 펀드 형태로도 가능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는 단독 사모 방식으로 펀드 출자가 가능하다. 펀드 형태로도 국민연금의 자금만 운용하면서 의결권을 민간에 양도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권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민간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상장사들의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주주권을 민간에 맡기더라도 의결권 행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으나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이뤄진 후여서 민간도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분석, 주주 환원 정책 등을 분석해 이에 대한 개선을 민간이 직접 이끌어내는 만큼 보다 효율적인 의결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는 최근 3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에는 680개사 대상으로 의결권이 행사됐고 2024년 692개사, 지난해에는 695개사로 집계됐다. 의결권 행사 방향의 사전 공개 범위가 지분율 10% 이상에서 5% 이상으로 변경되면서 사전 공개 대상이 되는 안건은 지난해 기준 292건에서 올해 1280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의결권 행사뿐만 아니라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도 자주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앞선 주총에서 각각 5% 이상을 보유했던 국민연금의 선택으로 희비가 엇갈린 바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의 반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과도한 개입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24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보유 지분을 공시한 기업 156개사 중 57.1%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9.7%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이 정부의 기업 경영 간섭이나 대기업 견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민간이 의결권을 행사하면 이 같은 불만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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