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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사채 발행 5조…자회사 지분으로 자금조달 늘어난다

2024년 2조서 1년새 2배 ‘훌쩍’

3차 상법개정·중복상장 규제 강화

자사주 외 자회사 자산 유동화 증가

블록딜·CB보다 지배력 유지 유리

기업 자금 수요 커 계속 늘어날듯

수정 2026-02-19 23:52

입력 2026-02-19 17:08

지면 19면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오승현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오승현 기자

최근 1년 동안 국내 기업이 발행한 교환사채(EB) 총액이 5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만 해도 교환사채 발행액은 2조 원을 밑돌았는데 불과 1년 사이 2배를 훌쩍 넘기는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교환사채 발행 기업은 크게 3차 상법 개정을 앞두고 자사주를 활용한 기업과 자회사 등 다른 법인의 주식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한 경우로 나뉘었다. 지난해 LG화학·HD한국조선해양·SK케미칼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자회사 지분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구조가 비슷한 파생상품 활용 사례를 포함하면 비핵심 자산 유동화에 나선 사례는 훌쩍 늘어난다. 자금 조달이 급한 국내 산업계가 사실상 유휴 상태에 있는 자산을 정리하며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024년 1조 9841억 원이었던 국내 교환사채 발행 금액은 2025년 4조 7789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2025년 1월~2026년 2월 발행 금액을 합산하면 5조 284억 원으로 집계돼 5조 원을 웃돈다. 이 통계는 해외 발행 교환사채를 제외하고 집계했다.

교환사채는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나 다른 법인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주식형 채권(메자닌)으로 교환사채를 매입하는 투자자는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교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은 수천억 원 단위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자금을 조달했다. LG화학은 지난해 5월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10억 달러(약 1조 4469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상품은 유럽 비엔나 증권거래소에 상장됐기 때문에 예탁결제원 통계에는 제외돼 있다. 이외에도 HD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 HD현대중공업 지분을 기반으로 6000억 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했고 SK케미칼은 보유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2200억 원을 조달했다. 한 증권사 부채자본시장(DCM) 본부장은 “지난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이 늘어난 것 못지않게 자회사 주식 기반의 교환사채 발행도 늘어났다”며 “금액이 클수록 자회사 주식이 기초자산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블록딜로 지분을 아예 매각하거나 전환사채(CB) 등 다른 메자닌 상품을 활용하는 것보다 교환사채 발행이 지배력 유지와 자금 조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금융기관 차입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블록딜 △주식연계증권 발행이 있다. 이 중 금융기관 차입은 대다수 기업이 담보 제공 없이는 어렵고 회사채 발행 역시 일부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유상증자나 주식연계증권은 신주 발행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돼 소수주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블록딜은 기준 주가보다 할인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반면 교환사채는 보유 지분을 기초로 자금을 당장 조달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지분을 가져올 수 있어 지배력 유지에 유리하다.

이런 구조 때문에 교환사채와 상품구조가 비슷한 PRS를 발행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두산은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기반으로 9477억 원을 조달했고, 최근 SK는 SK바이오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약 1조 5000억 원 조달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교환사채나 PRS를 발행하는 기업 다수는 당장 자금이 급한 2차전지·바이오 산업에 속해 있거나 조달 자금을 기반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려는 경우가 많다”며 “자회사의 중복 상장이 어려워진 만큼 자회사 주식을 유동화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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