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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술 유출’ 삼성전자 前직원 파기환송…대법 “비밀 누설, 사용과 별개범죄”

입력 2026-02-23 07:51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공범들끼리 영업비밀을 주고받았다면 이를 취득한 행위와 누설한 행위를 각각 별개 범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최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005930) 전 직원 김모 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2억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반도체 장치 제조사 유진테크(084370) 전 직원 방모 씨 등 공범 2명도 서울고법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김씨 등은 삼성전자와 그 협력업체 유진테크 등의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2024년 기소됐다. 삼성전자 기술팀 부장 출신인 김씨는 중국에 반도체 D램 제조의 핵심 장비인 원자층 증착(ALD) 장비 개발에 성공한 회사가 없다는 점을 노려 2022년 중국에 새로운 반도체 장비업체 신카이를 설립했다. 김씨등은 유진테크의 반도체 증착장비 설계 도면 등을 무단 반출한 뒤 중국에서 반도체 개발에 사용하기 위해 네트워크 연결저장장치(NAS) 서버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영업비밀을 넘겨주고 영업비밀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을 서로 알려주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2023년 5월 김씨 등의 기술 유출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1심은 이들이 영업비밀을 NAS 서버에 올려 해외로 유출한 혐의에 대해 영업비밀 ‘사용’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를 적용했다. 김씨는 징역 7년을, 공범 방씨는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다만 공동정범 간 영업비밀을 주고받은 ‘누설’ 행위는 이미 영업비밀 사용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와 영업비밀 누설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김씨의 일부 혐의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다만 여전히 공범 간 기밀을 주고받은 행위는 영업비밀 사용과 별개의 독립된 법익침해의 위험을 발생시키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영업비밀 누설에 따른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은 별개 범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 ‘제3자에게 누설’ 등을 각각 독립한 범죄로 규정한다”며 “이러한 행위를 알면서도 영업비밀을 사용하는 행위 또한 독립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1항은 영업비밀을 취득ㆍ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는 행위 등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공범 사이에 이뤄진 영업비밀 누설·취득도 별개의 죄가 성립한다며 영업비밀 누설과 관련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 입법 취지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관련해 처벌 대상을 확대하면서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강화하는 데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위반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그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원심은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씨 등이 NAS 서버에 영업비밀을 올린 행위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동시에 성립하는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에 해당하는 만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무죄 부분 역시 함께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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