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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만족시키는 판결은 없다

임종현 사회부 기자

입력 2026-02-25 00:05

지면 30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선고 결과는 무기징역이다. 사형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고 무죄를 주장했던 이들에게는 가혹한 형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법원의 판결은 늘 그렇다. 한쪽이 고개를 끄덕이면 다른 한쪽은 고개를 젓는다. 법관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의 판결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이 생기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재판을 ‘세모는 없고 동그라미와 엑스만 존재하는 세계’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법관은 선고가 끝날 때마다 의례적으로 한 문장을 덧붙인다. “이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7일 이내에 법원에 항소장 또는 상고장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판결은 끝났지만 절차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3심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세 차례 판단을 받고 법리와 증거를 거듭 점검한 뒤 최종 결론에 이른다. 완벽을 보장하는 장치는 아니지만 세 번의 판단 끝에 내려진 결론에 대해서는 승복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제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 도입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대법원은 “80년간 이어온 사법제도의 틀을 바꾸는 행위로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반대한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예외적·보충적 성격의 구제 절차로서 도입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종국성이다. 확정판결 이후에도 문이 계속 열린다면 재판은 끝을 약속하지 못하는 절차가 된다. 끝이 없는 결말은 누구에게도 평온을 주지 못한다. 승소자에게는 안식이 없고 패소자에게는 정리가 없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진행될 경우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3심제에서 4심제로 넘어간다 한들 결과에 불만을 품는 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판결은 없다. 결론을 잃어버린 제도는 정의의 확장이 아닌 비용의 확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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