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주식 필패...균열이 시작됐나
극과극 부동산·주식시장
파죽지세 코스피, 올들어 50% 올라
세금 회피에 강남 아파트는 급매 잇따라
순풍에 등 밀어주는 증시 정상화 제도 개선 효과
다주택자 윽박지르기 멱살잡이식 정책 한계
수정 2026-02-27 00:00
입력 2026-02-26 18:00
요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표정은 극과 극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불기둥을 뿜으며 단숨에 6000선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이 50조 원을 넘어섰고 어딜 가나 대화는 깔때기처럼 주식 이야기로 수렴된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강남 아파트값이 수억 원씩 떨어졌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처분을 서두르는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잇따른다고 한다. 자산 시장의 오래된 믿음, 부동산 불패와 주식 필패에 드디어 균열이 시작된 것일까.
우선 증시에 일시적 활황세를 넘어 체질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잘나가는 한국 제품에 붙는 ‘K’라는 수식어가 유독 증시에선 멸칭처럼 따라붙었다. ‘K증시의 매운맛’에 당해온 투자자들 사이에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가 돌았던 게 불과 1년여 전이다. 기업 성장의 과실을 지배주주가 독점하는 일이 반복됐고 물적 분할을 통한 중복 상장과 인색한 주주 환원, 자사주 매각 등은 일반 주주에게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변수였다. 개인투자자에게 최선의 전략은 ‘4848(사고팔고)’ 단기 매매라는 냉소가 나왔던 이유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혁명 속에서 메모리반도체가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며 한국 증시는 올 들어서만 50% 가까이 상승했다. 조선·자동차·방산은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입고 있고 엔터와 뷰티 기업은 K컬처 확산을 발판으로 해외 매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산업의 구조적인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정책 환경이 변하고 있다. 상법 개정, 주주 환원 확대 등 지배구조 개선 조치가 시행되면서 오랜 고질병이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 물론 증시는 변덕스럽고 딥시크 쇼크와 같은 기술 변수는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글로벌 산업 질서 재편과 제도 개선이 맞물리면서 선진 자본 시장으로의 체질 개선은 분명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은 사정이 다르다. 세금과 대출 등 전방위적 다주택자 옥죄기가 시작되면서 서울 알짜 지역에서도 급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강남 3구와 용산의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다주택자의 퇴로가 열려 있는 5월 9일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부가 순풍을 탄 증시의 등을 밀어주는 것과는 달리 부동산은 정부가 멱살을 잡고 끌고가는 형국이다. 주택 시장에 선악 구도를 씌워 ‘집값 때려잡기’로 접근하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
집값 상승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동성 확대와 부동산의 금융화 속에서 주택이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자산으로 자리 잡은 것은 전 세계적 흐름이다. 지난 수백 년간 주택 시장의 변화를 연구한 조시 라이언콜린스 영국 UCL 경제학과 교수는 “21세기 집값 폭등의 원인은 주택의 상품화와 금융화”라고 지적했다. 다주택자의 탐욕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과 금융 시스템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는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처럼 다루고 있다. 물론 투기적 수요를 관리하는 정책은 필요하다. 우선 서울 아파트 중 몇 채를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지부터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서울의 아파트가 모두 1주택자의 소유가 된다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제 역시 단순하다. 신축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주택자 매물마저 줄어든다면 오히려 공급 불안심리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자는 뜻은 아니다. 라이언콜린스 교수의 지적처럼 통화 정책, 세제, 대출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접근은 필요하다.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여 고가 주택 보유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 개편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윽박지르듯 가격을 눌러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접근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할 목표는 집값 반 토막이 아니라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안정이다.
결국 자산 시장의 균열은 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 그리고 진정성에 달려 있다. 자본이 생산적 영역으로 흘러가고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때 개인·기업·국가의 부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한다. 부동산에 묶인 자본이 혁신과 성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불패, 주식 필패’의 공식은 깨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장의 결에 맞춰 등을 밀어주느냐, 멱살을 잡고 끌고가느냐에 따라 정책의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그 결과는 머지않아 시장이 가장 냉정하게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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