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표준모델’ 없는 풍력 산업
입력 2026-02-26 18:16
“한국 풍력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보급 확대도 중요하지만 산업 생태계를 이루는 업체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시급합니다.”
국내 해상풍력 육성을 위한 해상풍력특별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업계에서는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이런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해상풍력법은 국가가 최적 입지를 지정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완화해 해상풍력 보급을 가속화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급성장을 이룬 중국처럼 풍력 업계가 하루빨리 ‘트랙레코드(실적)’를 쌓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풍력발전을 둘러싼 소재·부품·장비의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작업이 보급 확대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 및 유럽 선도 업체와 기술 격차를 좁히고 경쟁하려면 공급망 국산화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조달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 협력 업체들이 과감한 기술 투자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소 투자로 최대 효율을 달성할 방안으로 ‘한국형 풍력 표준 모델’ 구축이 거론된다. 표준 모델이 만들어지면 풍력발전 공급망 생태계가 유기적 협력을 통해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아울러 내수 시장 규모가 작아 실증 기회가 한정된 국내에서도 비용을 절감하고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이미 표준 모델 구축을 통한 비약적 성장으로 기술 원천국으로 생산 제품을 역수출한 경험이 있다. 과거 유럽 업체들의 기술에 의존하던 고속철 사업은 2010년 한국형 모델 ‘KTX-산천’ 개발로 국산화에 성공한 후 현재 동남아시아는 물론 호주·유럽에서 잇단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
국내 가스터빈 경쟁력 역시 한국형 표준 모델 구축의 산물이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독자 개발한 바 있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들은 실증 기회와 생산 물량을 동시에 확보해 현재 수출 호조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에도 제품을 수출했는데 표준 모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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