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상장폐지 개혁은 시장 신뢰 회복 전략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부실기업 신속 퇴출 기준 등 마련

일관된 집행, 자본배분 효율 높여

시장 외형확대 넘어 내실 다질 적기

수정 2026-03-03 23:57

입력 2026-03-04 05:00

지면 31면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자본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히 얼마나 많은 기업을 상장시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우량한 기업이 자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엄정한 관리 체계가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년간 외형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2005년 약 1540개사였던 상장기업 수는 올해 2월 기준 2800여개사로 늘었다. 시가총액도 약 8배 확대됐다. 하지만 지수 상승은 이에 비례하지 못했다. 2005년 말 대비 코스피지수는 약 4.3배, 코스닥지수는 1.7배 상승에 그치며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그 배경에는 부실기업의 누적 문제가 자리한다. 2024회계연도 기준 3년 연속 한계기업이 23%에 이르고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측면에서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이는 시장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부실기업이 장기간 잔존할 경우 시장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고 우량기업의 가치마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발표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은 시장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번 개혁은 △집중 관리 기간 운영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 △절차 신속성 제고라는 세 축으로 구성된다. 특히 시가총액 기준을 2028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 적용한 조치는 상장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규모 요건을 조속히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한 것도 주목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 해외 주요 거래소는 일정 주가 미만 종목에 상장 유지 요건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의 평균 품질을 관리해왔다. 완전자본잠식 요건을 반기 기준까지 확대하고 공시 벌점 기준을 강화한 점도 재무건전성과 공시 책임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신호다. 절차의 신속성 역시 중요한 변화다. 실질심사 시 최대 개선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고 가처분 소송 지연을 최소화한 것은 퇴출의 적시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다.

이번 개혁은 거래소의 건전성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퇴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집행의 일관성을 높임으로써 시장의 평균 품질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 있다. 이는 투자 자본이 생산성과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원활히 이동하도록 해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또 부실기업 존속으로 인한 소액주주의 손실 누적을 사전에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단기적으로 상장폐지 기업 수가 증가할 수 있으나 불확실한 유예가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신속한 집행이 장기적으로 투자자 보호 수준을 높이는 길이다.

이제 코스피지수가 6000선에 달하고 코스닥시장도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형주에 의존한 상승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외형 확대를 넘어 내실을 다질 적기다. 상장폐지 개혁은 처벌이 아니라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으로 봐야 할 것이다. 공정하고 엄정한 퇴출과 일관된 집행이 축적될수록 우리 자본시장은 더 건전해지고 우량기업은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광고삭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