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리스크, 피할 수 없다면
이정민 바이오부 기자
입력 2026-03-04 07:01
바이오 기업에 리스크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성공 확률이 1%에 불과한 신약 개발은 실패가 더 자연스러운 산업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핵심 사업 모델인 기술수출 역시 기술 반환 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다. 중국의 거센 추격과 글로벌 제약사의 전략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약물의 가치는 순식간에 달라진다.
리스크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다. 바이오 기업 경영의 핵심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업계에서 “최소 3개 이상의 후보물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 후보물질에 ‘올인’했다가 임상시험에서 실패하면 한 순간에 기업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물론 자금 조달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임상 3상까지 자체적으로 끌고 갈 여력이 충분치 않은 국내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조기에 기술수출할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특히 상장사라면 시장에 꾸준히 사업 성과를 입증하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최근 만난 벤처캐피탈(VC) 출신 바이오 기업 대표가 “어떤 물질이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 파이프라인을 돌리고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빨리 기술수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업의 가능성을 입증해 자금을 조달하는 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다만 유행이 곧 전략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글로벌 트렌드를 읽되 회사 고유의 기술을 축적하며 중심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 토대 위에서 확장을 모색할 때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제형 변경 플랫폼 역시 초창기부터 추구해온 ‘바이오베터’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최근 장기 지속형 플랫폼이 주목받는 것도 오랜 기술 축적이 비만 치료제라는 ‘메가트렌드’와 맞물린 결과다.
바이오가 ‘꿈을 먹고 사는’ 산업이라지만 꿈만 먹고 살 수 없다. 꿈의 가능성을 현실에서 입증해나가야 한다. 불확실성을 없앨 수 없다면, 최소한 관리할 장치는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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