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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내에서 스스로 기능하는 혁신 소재... K-기술이 글로벌 표준 될 것”

■심운섭 그래피 대표

3D프린팅 제작 ‘형상기억 교정장치’

전세계 대학 200여 편 논문으로 입증

미국 생산 거점 확보... ‘퀀텀 점프’ 원년

암 치료·골격 재생 등 정밀의료 소재 확장

입력 2026-03-04 07:01

심운섭 그래피 대표가 서울 금천구 그래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이 세계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형 기자
심운섭 그래피 대표가 서울 금천구 그래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이 세계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형 기자

“3D 프린팅이 지난 4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던 이유는 결국 소재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혔기 때문입니다. 그래피(318060)는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단계를 넘어 인체 안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기능하는 ‘살아있는 소재’로 글로벌 의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25일 서울 금천구 그래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심운섭 대표는 “창업 당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냈다”며 이같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30여년 전 3D 프린팅 기술을 처음 접한 이래 그는 단순한 시제품 제작을 넘어 실제 인체에 장착되어 치료 효과를 내는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데 매진해왔다. 그 집념의 결실이 바로 세계 최초의 형상기억 투명교정장치인 ‘SMA(Shape Memory Aligner)’다.

심 대표가 이끄는 그래피의 핵심 경쟁력은 독자 개발한 3D 프린팅 전용 레진 소재인 ‘테라하츠(Tera Harz)’에 있다. 기존의 투명교정 방식이 일정한 모양의 플라스틱 시트를 열로 찍어내는 수동적인 방식이었다면, 그래피는 4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소재 자체가 스스로 형태를 기억하도록 했다. 심 대표는 “우리의 소재는 입안의 온도(체온)에 반응해 원래 설계된 형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며 “이를 통해 치아에 지속적이고 일정한 힘을 가함으로써 통증을 줄이고 교정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뜨거운 물로 소독하더라도 체온에서는 다시 원래의 형상으로 복원되는 특성 덕분에 장치를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제품과의 차별점이다.

기술적 자부심의 근거는 탄탄한 학술 데이터다. 사내 연구소가 아닌 전 세계 대학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발표한 200여 편의 논문은 그래피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이 논문들은 우리가 가이드라인 정도만 제시했을 뿐,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직접 써보고 그 효용성을 학술적으로 입증한 결과”라며 “전문가 집단이 인정한 데이터가 있기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가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심운섭 그래피 대표이사가 서울 금천구 그래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형상기억 투명교정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심운섭 그래피 대표이사가 서울 금천구 그래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형상기억 투명교정장치를 소개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이미 뜨겁다. 세계 최대 치과 시장인 미국에서는 현지 최대 유통사 ‘벤코 덴탈’과 손을 잡았고, 독일의 쇼이그룹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공급망을 넓혔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에 구축 중인 주문 생산 방식의 센트럴 랩(Central Lab)은 글로벌 공략의 전초기지다. 심 대표는 “과거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우리를 지켜보던 단계를 넘어 이제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우리가 단순히 기존 방식을 뒤쫓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이 먼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의 시선은 치아 교정을 넘어 정밀 의료 소재 플랫폼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대학 연구팀과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토끼의 두개골 결손 부위에 그래피의 소재를 주입하고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하자, 소재가 정밀하게 팽창하며 빈 공간을 채워 나가는 결과를 확인했다. 심 대표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항암제를 전신이 아닌 환부에만 집중적으로 전달해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치료가 가능해진다”며 “재료의 생체 안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그래피의 소재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올해는 그래피가 본격적인 수익 결실을 거두는 ‘퀀텀 점프’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매출 목표를 400억 원으로 설정하고 고부가가치 소재의 수출 비중을 대폭 높여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확실히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기성 제품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3D 프린터와 소프트웨어, 후공정 장비까지 모두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청사진도 구체화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현지 생산 거점을 통한 대량 공급이 본격화되면 실적 개선은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마지막으로 소재 기술 주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글로벌 의료 기기 시장은 해외 소재 기업들이 주도해왔지만, 이제는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이 세계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탄생한 소재 혁신이 글로벌 의료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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