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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재정 화수분 아냐”, 이 말만은 꼭 지켜야

수정 2026-03-03 18:13

입력 2026-03-04 00:05

지면 31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태형 기자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태형 기자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일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히 도려내 최적의 효율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혜훈 전 의원 낙마 이후 장고 끝에 정치인 출신 장관을 지명하면서 불거진 재정건전성 우려를 의식한 말로 들린다. 그러나 친명계 4선 중진 의원의 기획처 장관 지명 자체가 당정이 예산권을 틀어쥐고 확장재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박 후보자도 적극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벚꽃 추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당 내 대표적 예산정책통인 박 후보자는 경제의 분모인 국내총생산(GDP)을 키워 재정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채무가 늘어도 GDP가 커지면 국가채무비율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해 GDP 성장률이 2%에 그치는데 총지출 증가율을 8.1%까지 끌어올린 재정 운용으로 채무 부담을 낮출 수 있겠나. 지출 확대가 이어지면 올해 728조 원인 본예산이 800조 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대통령실의 확장재정 기조에 맞춰 예산 수장까지 재정 역할론을 앞세우면 기획처는 고삐 풀린 확장재정의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중요한 변수다. 이번 선거에서도 선심성 예산 집행이 반복되면 재정건전성은 직접 타격을 입게 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경제 규모 확대와 재정 안정성이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다.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9.1%에 달했고 2030년에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을 두고 팬데믹 이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매년 100조 원 안팎으로 불어나는 만성 적자 구조라고 지적하며 부채 증가 속도를 경고했다.

박 후보자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확장과 건전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재정준칙 도입 등 제도적 장치의 신속한 마련도 요구된다. 기획처 장관 자리가 지방선거 교통정리용이란 비판을 잠재우는 길도 재정 파수꾼으로서의 엄정한 역할 수행에 달렸다. 박 후보자는 성장 동력 둔화를 재정으로만 보완하겠다는 접근에 한계가 있음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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