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 실사보고서 예치·보유 수량 비공개
자율공시 구조 속 일부 거래소 공개 생략도
해외는 FTX 사태 이후 지갑 공개 등 검증 강화
빗썸의 2025년 4분기 가상화폐 실사보고서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가상화폐 거래소의 보유 자산 검증 체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거래소들의 자산 실사 방식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예치 자산과 실제 보유 자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데다 자율적으로 시행되면서 일부 거래소는 실사 보고서 공개를 건너뛰기도 하는 등 시장 신뢰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분기별로 공개하는 거래소 보유 자산 실사 보고서는 고객 예치 자산 규모와 거래소 실제 보유한 가상화폐 수량을 밝히지 않고 있다. 각각의 수량을 공개하는 대신 고객 예치 자산 대비 보유 자산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지 여부만 공개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가 실제로 어떤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깜깜이 상태다. 자율적인 실사보고서와는 별개로 분기별 사업보고서 제출하는 업비트와 빗썸의 경우 그나마 3개월마다 가상화폐 보유 현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은 연 1회 감사보고서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일부 거래소의 경우 실사 보고서 공개 방식 자체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빗썸은 외부에 공개하는 실사 보고서에서 정확한 보유 비율 수치를 밝히지 않고 ‘초과 보유’로만 기재하고 있다. 거래소마다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실사 보고서 공개 자체가 일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고팍스는 2025년 4분기 실사 보고서를 5대 거래소 가운데 유일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전년도 4분기에도 보고서를 건너뛰었다가 4월 중순 뒤늦게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바이낸스의 준비금 증명(PoR) 현황
이에 이번 빗썸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 자산 검증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2022년 거래소가 이용자 예치 자산을 유용한 FTX 사태 이후 거래소 보유 자산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준비금 증명(PoR·Proof of Reserves) 체계를 도입해 투명성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거래소가 보유한 핫월렛과 콜드월렛 주소를 공개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언제든지 거래소 보유 자산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분기별 실사 방식이 아닌 PoR 시스템을 통해 보유 자산이 고객 예치 자산을 초과하는지 여부를 이용자가 상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거래소 보유 자산 검증 체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은 빗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보유 자산 검증 체계와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한 상태다. 당국은 이번 검사 결과를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의원이 제기한 PoR 시스템 도입 의무화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최종 판단 사항이지만 현 상황을 감안해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