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의 ESG 역설, 해답은 전환금융
■박재흠 EY한영 ESG 임팩트 허브 리더
입력 2026-03-04 17:49
인공지능(AI)은 이제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넘어 산업·금융·안보를 아우르는 전략 자산으로 재편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지역사회 반발(NIMBY) 등 이른바 ESG 역설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확산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4년 대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I와 클라우드 확장 영향으로 2020년 대비 탄소 배출량이 약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AI가 혁신의 상징이자 환경 부담의 주체로 인식되는 이유다.
ESG 관점에서 AI는 ‘이중 중대성’을 지닌다.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하는 동시에 산업 전반의 효율을 높여 탄소 감축을 가속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구축·운영하느냐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해법이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이다. 녹색 활동만 지원하는 녹색금융과 달리, 전환 금융은 탄소 집약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이동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초기 환경 부담은 크지만, 운영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도입을 통해 탄소 집약도를 낮출 수 있는 대표적 전환 자산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글로벌 운영사 사이러스원(CyrusOne)은 2024년 약 112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성 연계 금융(SLL)을 확보했다. 전력사용효율(PUE)과 물사용효율(WUE) 개선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금리가 조정되는 구조다. 자본시장이 ‘현재의 친환경성’보다 ‘전환의 신뢰도’를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들도 국가적 AI 전환(AX)의 핵심 인프라로 데이터센터를 주목하며 수천 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다만 금융기관은 장기 에너지 효율 개선 경로와 탄소 감축 목표(KPI)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이행 성과에 따라 자본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정교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기업 역시 AI 최적화 알고리즘 등을 통해 정량화된 효율 개선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사회적 수용성도 과제다. 건립 과정의 지역 반발을 줄이려면 데이터센터를 폐쇄적 시설이 아닌 이익을 공유하는 자산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국민참여 공모 인프라펀드’처럼 주민이 투자와 수익에 참여하는 구조를 설계한다면 지역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AI 데이터센터의 ESG 역설을 푸는 열쇠는 환경적 전환과 사회적 수용성을 금융과 결합하는 데 있다. 전환금융은 기업의 저탄소 혁신을 이끄는 지렛대가 돼야 하며, 동시에 기업은 이익 공유 모델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자산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자본의 선한 의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만날 때 우리는 비로소 AI가 선사하는 풍요로운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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