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회전 제어…에너지·바이오 등 정보 기반 광학시대 연다
3월 대한민국과학기술인상
김동하 이화여대 교수
빛의 비대칭성 이용 회전성 정복
색·밝기 중심 광학기술 진화시켜
좌·우 회전 방향에 따른 정보 도출
수소 생산·암 치료 등에 응용 가능
디스플레이 넘어 전방위 확장 기대
수정 2026-03-04 23:43
입력 2026-03-04 18:01
“키랄 광학 소재 연구는 에너지 생산, 3차원 디스플레이, 양자 네트워크, 진단 및 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3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동하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는 키랄 광학 소재 연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키랄 광학 소재는 분자 구조가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겹치지 않는 ‘비대칭성(키랄성)’을 이용해 빛의 회전성을 제어하는 소재를 말한다.
김 교수는 “빛의 회전 방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정보를 담는 차세대 광학 기술로 확장할 수 있다”며 “키랄 광학 소재는 디스플레이에만 국한되지 않고 생체 분자 인식, 바이오 이미징, 정밀 치료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연구팀은 수소 생산부터 암 치료에 이르는 범용적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도출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빛은 세기와 색이라는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진행하면서 나선형으로 회전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같은 빨간빛이라도 왼쪽으로 도는지, 오른쪽으로 도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신호가 된다. 이를 ‘원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빛의 회전 방향을 제어하는 것은 색과 밝기 중심이던 기존 광학 체계에 또 하나의 정보 축을 더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오랜 난제였다. 빛의 회전성을 만들려면 분자 구조 자체가 키랄성을 가져야 하는데 기존 고분자 기반 키랄 조립 방식은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구조가 쉽게 재배열됐다. 특히 적색 영역에서는 강한 원편광과 높은 발광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기가 어려웠다.
김 교수 연구팀은 접근 방식을 바꿨다. 먼저 무너지지 않는 조립 단위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연구팀은 별 모양 블록 공중합체가 형성하는 단분자 미셀을 구조적 골격으로 활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여기에 키랄 분자를 다중 수소 결합으로 정밀하게 결합시켜 작은 분자의 손상 정보가 고분자 사슬을 거쳐 초분자 구조로 단계적으로 전달·증폭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적색을 포함한 가시광 전 영역에서 강하고 안정적인 원편광 발광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상온에서 100일 이상 구조 안정성을 유지했고 반복적인 가열·냉각에도 광학 성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발광체 종류가 달라도 동일한 플랫폼에서 풀 컬러 원편광을 구현할 수 있는 범용성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계층 조립 메커니즘을 구조 분석과 시뮬레이션으로 함께 규명한 점도 중요한 학술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산업적 파급력도 기대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좌우 원편광을 활용해 3D 표현의 정밀도를 높이고 색마다 별도로 최적화하던 공정을 단순화할 가능성이 있다. 보안 분야에서는 동일한 색의 빛 안에 서로 다른 회전 정보를 숨겨 다층 인증을 구현할 수 있으며 광통신·센서 분야에서는 신호 간섭을 줄이고 채널 구분 능력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응용 범위를 바이오 분야로 넓히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빛의 회전성과 플라즈모닉스 현상을 결합한 촉매 연구를 통해 수소 생산과 암 치료 분야까지도 응용 가능하다.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하면 나노 소재 표면에서 강한 전기장과 전하가 형성되고 이는 에너지 생산이나 종양 세포 사멸처럼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하나의 소재 설계 원리가 에너지와 바이오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해 8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키랄 초분자 공동 조립 연구 성과는 오랜 기간 공동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과의 협업으로 도출됐다”며 “학제·융복합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 책임자 개인의 역량도 요구되지만 공동 연구자를 확보하고 이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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