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쇼크…여천NCC “제품 공급 차질”
이달 예정된 나프타 수입 지연
고객사에 ‘불가항력’ 첫 선언
생산설비 가동률도 하향 조정
수정 2026-03-06 18:46
입력 2026-03-06 17:34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도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나프타 원료 수급이 막힌 여천NCC가 공급 차질을 의미하는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 선언한 것이다. 여천NCC로부터 에틸렌 등 기초 석유제품을 공급받아온 석유화학 기업들은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일 석유화학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여천NCC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나프타 원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게 되자 한화솔루션(009830)과 DL(000210)케미칼 등 주요 고객사들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 및 조정을 통보했다.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판매자의 배상 책임을 면제받기 위한 조치가 불가항력 선언이다. 이란의 드론 공격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발 나프타 수입이 잇따라 지연·중단되자 여천NCC는 이 같은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로 들어오는 나프타 수입 물량의 4분의 1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대주주로 있으며 생산 제품도 이들 기업이 대거 활용하고 있다. 여천NCC의 에틸렌 연간 생산능력은 228만 5000톤에 달한다.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거점을 보유한 여천NCC가 원료 수급 난항으로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은 이란 사태가 에너지 업계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천NCC는 고객사들에 서한을 보내 불가항력 선언 사실을 알리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하게 고조됨에 따라 원자재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3월 인도될 예정이던 나프타 도착이 크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생산 시설을 최소한의 용량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설비 가동률 하향 계획도 밝혔다.
정부 역시 상황을 파악하고 업계와 관련 대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여천NCC가 물량을 아예 못 준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동률이 낮아지면 공급하기로 했던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수입처 대체나 원료 혼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천NCC 외에 불가항력을 선언한 석유화학 업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천NCC로부터 에틸렌을 비롯해 기초 원료를 공급받아온 업체들은 당분간은 재고를 활용해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재고 소진 후 시장 내 나프타 수급이 여전히 타이트할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석유화학 업황은 구조적 공급과잉 국면에 있어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적으로 전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공급 차질에 따른 나프타 가격 급등은 관련 업계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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