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2곳 방치…‘도심 흉물’ 된 폐치안센터
■활용처 못찾아 애물단지로
2023년 이후 치안센터 30%↓
방치된 건물은 쓰레기장 방불
공공수요 부재·행정절차 지연
치안 공백에 주민 불안만 가중
“민간 임대·임시 활용 확대해야”
수정 2026-03-07 00:24
입력 2026-03-06 17:42
6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옛 개봉1치안센터. 빨간 벽돌 건물 앞에는 먼지 쌓인 자전거와 제설 자재 보관함이 놓여 있었다. 화단의 나뭇가지는 무성하게 자라 출입구 일부를 가린 모습이었다. 남색 간판과 문에 붙은 안내문만이 이곳이 과거 치안센터였음을 짐작하게 했다. 개봉동 주민 이영심(80) 씨는 “공실이 된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비어 있다”며 “차라리 철거라도 하지 그대로 방치를 해 쓰레기만 쌓여 동네 분위기를 해치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찰이 치안센터 폐지를 추진한 후 장기간 활용처를 찾지 못한 폐치안센터가 15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시설이 주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데다 세금으로 마련한 정부 자산이 방치되고 있는 만큼 부지 활용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캠코가 경찰청으로부터 넘겨받아 관리 중인 폐치안센터는 전국 230개다. 이 가운데 78개는 시니어 재취업, 발달장애인 재활을 지원하는 ‘나라On사업장’으로 운영되거나 민간 임대, 복지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머지 152개는 별다른 쓰임 없이 남아 있다.
경찰은 2023년 전국 치안센터 576개를 폐지하고 근무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치안센터는 주로 주간에 1~2명의 경찰관이 파견돼 민원 업무 등을 보조하는 시설이다. 폐지안은 치안 수요가 적은 곳을 중심으로 인력과 업무를 주변 파출소·지구대로 통합해 국유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이에 전국의 치안센터는 지난해 말 기준 669개로 2022년의 969개와 비교해 30% 이상 줄었다.
문제는 국유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폐지된 치안센터 중 대부분이 용도를 찾지 못한 채 장기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구로구 개봉1치안센터는 2024년 4월 경찰청이 캠코에 위탁한 뒤 임대 수요가 없어 2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캠코는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했으나 활용 의사를 밝힌 곳이 없었고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유관기관으로까지 대상을 넓혔음에도 수요는 없었다. 구로구 고척1치안센터 역시 2023년 12월 문을 닫은 후 인근 주민센터의 임시 창고로 쓰이고 있다.
폐치안센터를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려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며 시간 또한 적지 않게 걸린다. 우선 경찰청이 폐치안센터에 대한 용도 폐지를 진행한 다음 캠코에 관리를 맡겨야 한다. 또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도시관리계획상 공공 청사 지정을 해제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때 안전 계획 수립과 수요 검토가 길어질 경우 치안센터는 무기한 방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유동 인구가 적은 지역은 해당 건물을 활용하려는 수요 자체가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게다가 보통 임대료가 치안센터 평가 가격의 1%로 책정되는데 수도권에서는 부담이 커 수요처를 찾기가 더욱 쉽지 않다. 캠코 관계자는 “격오지에 있는 폐치안센터의 이용 방안을 계속 찾고 있다”면서도 “수요가 없으면 민간 임대나 매각으로 전환하는 등 정형화된 절차가 마련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폐치안센터가 방치될수록 주민들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요 파악이나 활용 적정성 검증에 일정한 기한을 두고 공공 부문에서 수요가 없을 경우 민간 임대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지를 낭비하기보다 임시로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용도 변경 절차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교통봉사단이나 이동노동자의 휴게 공간 등으로 임시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근본적으로는 폐치안센터 부지의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치안센터는 면적이 크지 않아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카페를 1호점·2호점으로 나눠 운영하듯 흩어져 있는 치안센터를 엮어 민간에 일괄 임대하는 방식 역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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