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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여행중 미사일 목격…호텔선 한숨도 못자”

■두바이→인천 직항 재개

비행기 티켓 예약 취소 반복

인천행 직항편 재개 소식 표 구해

정부, 주말 전세기·군 수송기 투입 검토

수정 2026-03-06 22:14

입력 2026-03-06 17:45

지면 15면
6일 두바이에서 영종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유세이(18) 양과 가족들이 두바이에 첫 미사일이 날아오던 순간의 공포감을 전하고 있다. 영종도=황동건 기자
6일 두바이에서 영종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유세이(18) 양과 가족들이 두바이에 첫 미사일이 날아오던 순간의 공포감을 전하고 있다. 영종도=황동건 기자

“부모님·여동생과 요트 투어를 하던 중 두바이에 처음 떨어졌던 미사일을 직접 두 눈으로 봤습니다. 포탄과 미사일이 터지는 모습을 처음 보다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족 여행차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갔다 이달 1일 귀국할 예정이었던 고등학생 유세이(18) 양은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 게이트로 나오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유 양은 “배 안에 있을 때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최대한 빨리 호텔로 돌아가 상황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취소되는 일을 반복하다 인천행 직항이 재개됐다는 소식을 듣고 표를 구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딸을 보러 갔다 홀로 귀국한 김 모(75) 씨는 “딸과 손자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혼자 한국에 돌아오니 마음이 좋지 않다”며 “폭격 소음이나 피하라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창문 앞에서 떨어져 우르르 화장실 쪽으로 도망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현지 정세가 악화하는 가운데 5일 중동을 방문했던 여행객 및 기타 이용객들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현지 정세가 악화하는 가운데 5일 중동을 방문했던 여행객 및 기타 이용객들이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을 탈출한 여행객들은 현지에서 마주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두고 한목소리로 공포감을 토로했다. 전날 두바이를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김연숙(65) 씨는 “비행기나 구급차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두근거려 객실 밖을 나가지 못했다”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또 다른 귀국자 김재성(57) 씨 역시 “숙소 인근에 드론이 추락해 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고 공항으로 향하던 새벽에도 미사일이 날아다녀 공포에 떨었다”며 “인도 영공쯤 도달해서야 비로소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선원들도 상당수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발이 묶여 고초를 겪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호르무즈해협 내측에 머무르는 한국 선박은 26척으로 파악됐다. 인근 선박들은 대부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선주 측 지시에 따라 움직임을 멈춘 상태다. 오만해협에서 엔진을 끄는 ‘드레징’ 상태로 조류에 밀려 배회하거나 묘박지에서 닻을 내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식량의 경우 대체로 1개월 치 이상의 비축분을 구비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운 업계에서는 인근 사우디아라비아·두바이·이라크·오만 등지로부터 오는 식량을 추가 공급할 모선이 직접 공격받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글로벌 선사 관계자는 “밤마다 순항미사일 소리가 들리고 불꽃이 관측된다고 한다”며 “선주나 회사 측에서 강행 돌파를 결정할 경우 선원들의 불안이 극도로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바이와 인천을 잇는 직항편 운항은 이날 중동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재개됐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말 UAE 등에 전세기와 군 수송기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지에 여전히 발이 묶여 있거나 어렵게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정부 대처가 적극적이지 못하다며 불만을 쏟기도 했다. 중동에 체류 중인 여행객들은 “현지 교민들의 채팅방에 의지해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는 혼란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재용 씨는 “숙소나 항공권 확보가 급선무인 상황에서 정부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며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만 한동안 직항편이 없어 다들 곤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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