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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해외 리포트까지 섭렵…전쟁 뉴스 뜨자 투자실탄 장전

◆증시 버팀목 된 ‘스마턴트’

팬데믹·코인 변동성 단련된 개미

패닉셀 대신 저가매수 기회 삼아

은행예금 증권 계좌로 대거 이동

예탁금 132조원 돌파 역대 최대

유튜브 등 SNS 활용 투자 고도화

레버리지·채권 혼합 바벨 전략도

수정 2026-03-06 23:36

입력 2026-03-06 17:55

지면 5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말, 국내 한 시중은행장은 빠른 ‘머니무브’에 당황함을 느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재빨리 은행 자금을 증권 계좌로 옮겨 실탄을 쌓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락과 반등을 겪고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코인) 투자로 극심한 변동성에 단련된 개인투자자들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를 덮친 폭락장 속에서도 과거처럼 공포에 질려 ‘패닉셀(투매)’에 나서기보다 차분히 시장을 관망하며 하락장을 기회로 삼는 ‘스마트 개미(스마턴트)’의 면모를 내비친다는 평가다.

가상자산 특유의 24시간 변동성과 급등락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이 폭락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로 포트폴리오를 방어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지표도 관측됐다. 유튜브와 텔레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활동하는 핀플루언서(금융과 인플루언서의 합성어),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재무제표부터 해외 리포트까지 섭렵하며 자산 배분을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 구간에서 개인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서기보다는 저가 매수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 사태 이후 첫 거래일인 3일 코스피지수가 7.24% 하락하는 가운데 개인은 5조 7974억 원의 순매수로 대응했다. 같은 날 외국인이 5조 1487억 원을 순매도한 점과 대비된다.

코스피지수가 12.06% 떨어지며 사상 최대 하락장이 연출됐던 4일에도 개인은 796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2월 초 급락장에서도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 2월 2일 코스피가 5.26% 하락했을 당시 개인은 4조 5874억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날 외국인은 2조 5167억 원을 순매도했다. 2월 5일 코스피 3.86% 하락에도 개인은 6조 7790억 원 순매수로 대응했다. 이날은 외국인이 5조 107억 원을 순매도했다. 지수 급락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를 개인이 연달아 받아내는 모습이다. 시장은 급락 다음 날 곧장 반등하며 개미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 ‘잔탄’은 늘어나는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투자자 예탁금은 132조 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틀간 이어진 하락장 속에서 공포에 질려 시장을 떠나는 대신 저가 매수로 대응하는 한편 대기 자금을 확충해 ‘장기전’까지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따른다.

최근 장세에 대응하는 개인 포트폴리오는 안전자산과 고위험자산에 동시에 투자하는 ‘바벨 전략’을 연상하게 한다. 하락장 이후 반등 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변동성 레버지리 상품을 대거 매수하면서도 채권 혼합, 커버드콜, 배당 등 안정성이 높은 상품에 동시 투자하며 하방 경직성도 확보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5일까지 최근 한 달간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1위는 KODEX 200(1조 9146억 원·수익률 9.95%)이었다. TIGER 반도체TOP10(1조 1492억 원·21.69%), TIGER 200(8564억 원·10.06%), KODEX 코스닥150(5996억 원·2.09%), KODEX 레버리지(5474억 원·15.34%)가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지수와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레버리지 상품을 이용해 상승장 초과 수익을 노린 구조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커버드콜과 채권 혼합, 고배당 ETF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같은 기간 자금 유입 6위는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5220억 원)이었다. KODEX 삼성전자채권혼합(13위·2878억 원), PLUS 고배당주(14위·2876억 원),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16위·2833억 원), KODEX 200미국채혼합(17위·2753억 원),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18위·2667억 원) 등이 20위권 안에 들었다.

텔레그램·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로 정보 수집 수단이 다양해지며 개인투자자 전략이 고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텔레그램 검색을 지원하는 텔레메트리오에 따르면 현재 국내 경제·금융 분야 텔레그램 채널은 7만 3600개, 구독자 2만 이상 채널은 46개에 달한다. 여기에 AI와 대화로 투자 아이디어를 얻거나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텔레그램 활성화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국내 증시 리포트에 대한 개인투자자 접근성도 크게 늘었다”며 “단순한 주식 매매나 주도주에 쏠리는 것을 넘어 지식과 경험으로 중무장한 개인투자자들이 스마트 머니로 진화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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