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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7명·대전 5명…피의자 신상공개 지역별 제각각

5년간 전국 39명

시도청 심의결과 사안따라 천차만별

심의제도 정비 등 필요성 잇단 제기

입력 2026-03-08 17:54

지면 22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 모 씨가 지난달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 모 씨가 지난달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북구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를 두고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찰의 피의자 신상 공개 결정이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신상 공개 기준이 주관적 해석의 영향을 받고 지역별 차이도 큰 만큼 기준을 더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는 3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서울경찰청이 공개를 결정한 피의자는 17명(43.6%)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대전이 5명으로 그다음으로 많았고 충남, 경기 북부, 경기 남부, 인천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광주·울산·세종·전북·경남 등 5곳은 최근 5년간 신상 공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부산과 대구 등 대도시 역시 같은 기간 공개 사례가 각각 1건에 그쳤다.

​이를 두고 서울의 범죄 발생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지역별 격차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 공개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및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실제 공개 여부는 각 시도 경찰청에 설치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사건마다 위원 구성과 심의 분위기가 다른 데다 사건을 담당한 관할 경찰서가 1차로 심의위 회부 여부를 정하는 구조가 지역 간 편차를 키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도적 한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피의자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 이른바 ‘사적 제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강북구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 수사 초기부터 피의자의 성별·얼굴·나이·학력 등 신상 정보가 온라인에 퍼지며 논란이 일었다. 피의자의 중대 범죄 혐의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신상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은 인권침해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각 경찰서에서 1차적으로 신상 공개 여부와 심의위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데 현행 규정이 주관적 해석에 의존하고 있어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강력 범죄의 경우 피해자나 시민단체가 신상 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신상 공개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심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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