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소리 잠 설치지만 아침엔 출근…불안·일상 공존”
■UAE 현지 교민들 인터뷰
앱 작동 멈추고 GPS 오류 등 혼란
대피용 짐 꾸리고 비상식량 구비도
‘미사일·드론 요격률 90%’ 발표에
장보기·산책 등 주민 삶은 그대로
韓에 있는 가족들 너무 걱정 말길
아부다비선 인천행 첫 전세기 출발
수정 2026-03-09 00:01
입력 2026-03-08 17:56
“새벽 2시부터 이어지는 미사일 요격 소리에 잠을 못 이룬 적도 있고 불이 나는 모습에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희는 안전하게 있으니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6년째 거주 중인 교민 강 모 씨는 며칠 전 새벽 하늘에서 ‘쾅’ 하고 울려 퍼지는 30여 차례의 미사일·드론 요격 소리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휴대폰에는 ‘실내에 머물 것, 창문 인근은 피할 것, 미군·미대사관 주변 이동 자제’라는 한국대사관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데이터센터가 피해를 당하면서 주거래은행 애플리케이션이 작동을 멈췄고 차량용 내비게이션의 GPS 오류도 반복됐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주변국에 대한 대규모 보복에 나서며 중동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자 평온했던 강 씨의 일상 역시 급변했다.
강 씨는 이번 사태 이후 불안한 마음에 아내와 얼마 전 태어난 딸까지 세 식구가 언제라도 대피할 수 있도록 짐을 꾸려둔 상태다. 혹시 몰라 딸의 이유식과 우유도 평소보다 여유 있게 구해뒀다. 그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곳에 온 이후 미군기지 등을 겨냥한 공습 사태를 두 번 정도 겪었는데 항상 금방 끝났고, 이번에도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다”면서도 “예상과 달리 길어지는 상황에 두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강 씨는 다만 당장 생업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대피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에 우리 삶의 터전과 직장이 있고 UAE 정부가 이 모든 것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UAE 국방부는 최근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174발 가운데 161발, 드론 689기 중 645기를 요격해 90% 이상의 요격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인지 강 씨가 묘사하는 두바이의 풍경은 전형적인 ‘전시(戰時) 도시’의 모습과는 다르다. 하늘에서 요격음이 간헐적으로 울리고 종종 피해도 발생하지만 직장 출근 등 일상은 웬만큼 유지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수영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빈다. 조깅을 하거나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이들, 아이와 반려견을 데리고 나선 주민들도 변함이 없다. 마트 진열대에는 계란·물·과일 등이 평소처럼 쌓여 있고 카페·식당·배달 서비스 또한 대부분 정상 운영 중이다. 이란의 공격 이후 두바이 일대 학교들은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후 17일부터였던 봄방학 일정을 9일로 앞당겼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야외 농구장과 해변·놀이터에서 여전히 어울린다.
두바이에서 15년째 머물며 현지 기업에서 근무하는 남 모 씨도 “두려운 마음이 들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멈춘 것은 아니다. 불안과 일상이 함께 가는 상황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전했다. 그는 “사태 발생 후 첫 2일 정도는 공중에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일부 격추된 미사일과 드론 파편에 피해가 발생해 불안했다”면서도 “대부분의 공공장소와 식당이 모두 정상 운영 중이고 일상에는 지장이 없다. 저도 하루 재택근무 이후 정상 출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바이 교민들은 차분하게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 씨는 “뉴스를 보고 지나치게 걱정하며 연락하는 지인들을 달래주고는 하는데, 한국에 정확한 실상이 소개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강 씨 역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저희는 안전하게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했다.
정부도 중동 내 우리 국민들의 안전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부는 앞서 이란(25명), 이스라엘(113명), 바레인(14명), 이라크(5명), 쿠웨이트(14명), 카타르(65명) 등지 한국인들의 대피 또는 귀국을 도왔다.
이날 오후 5시 35분(한국 시각)에는 현지 교민 및 체류객 206명(한국인 203명)을 태운 규모의 인천행 특별 전세기가 UAE 아부다비공항을 출발했다. 전날 중동 지역 공관들과 함께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회의를 연 조현 외교부 장관은 “귀국을 희망하는 마지막 한 명의 국민까지 안전하게 귀국하고 현지의 모든 국민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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