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비판하면서도 美 저격은 자제…中 ‘줄타기’ 속내는
트럼프 방중 앞두고 대미외교 ‘신중모드’
이란산 원유 의존도 높지만 대체는 가능
“이란은 핵심이익 아냐…전략적 거리두기”
전쟁 장기화될 경우 오히려 중국에 기회
“美 중동에 묶여 대만 지원 줄어들 수도”
입력 2026-03-09 06:00
중국이 이란 전쟁을 비판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겨냥한 발언은 삼가는 절제된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과의 관계보다 대미 협상에서 얻을 실리를 더 크게 계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어나설 안될 전쟁”이라면서도…美와는 “협력과 상생” 외쳐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외교 분야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본래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며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당장 무력행동을 멈추고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 한비자의 어록인 ‘병자 흉기야, 불가불심용(兵者, 凶器也, 不可不审用)’를 인용하기도 했죠. ‘전쟁은 재앙을 부르는 수단이기 때문에 사용하더라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왕 부장은 이란 침공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침공 당사자인 미국과 이스라엘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중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평화 공존의 원칙을 지키고 협력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며 관계 개선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죠.
중국은 미국이 이란 공습을 개시한 지난달 28일 이후 미국에 대한 날선 비판을 가급적 자제 중입니다. 당장 이달 1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14시간이 흐른 뒤에야 ‘주권 침해’라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내놨죠. 러우친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한 술 더 떠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양국이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는 것이 역사적 계시이자 현실적 요구라고 강조해왔다”며 “정상 외교는 중미 관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한다”고 찬사를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방중 앞두고 마찰 최소화 전략
중국은 그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베네수엘라·이란 등으로부터 국제 시세보다 싼값에 원유를 조달해 제조업 원가를 절감해왔습니다. 지난해 내수 부진 속 5% 경제성장률을 지켜낼 수 있었던 동력 역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저가 수출 공세였죠. 하지만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잇따라 치며 이같은 전략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특히 이란산(13.4%) 원유는 베네수엘라산(4.7%)보다 중국 전체 해상 원유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배가량 높고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3분의 1이 현재 봉쇄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합니다. 이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및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을 보장받기 위해 이란과 논의하고 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비판의 수위를 낮추는 것은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정면 충돌을 피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각자의 실익을 챙기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원유와 가스 구매 확대를 압박하려 하고,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4연임 여부가 결정될 제 21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1년여가량 앞두고 대만 문제에 있어 미국의 양보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中, 핵심이익에만 적극적…이란은 50년 전 북한 아냐”
중국에 있어 이란이 미국과의 관계 훼손을 무릅쓰면서까지 지원할 만큼 전략적 중요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란산 원유 비중(13.4%)은 무시할 수 없으나 대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실제 중국은 당장 신규 공급 없이도 124일 동안 버틸 만한 석유와 가스를 비축해 놓은 데다가, 러시아·기니·브라질·캐나다 등으로 공급원을 일찌감치 다각화해 뒀습니다. 또한 세계 태양광 패널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석유 의존도 자체를 차근차근 낮춰온 상태입니다.
경제적 영향도 제한적입니다. 중국이 이란 전체 무역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면, 이란은 중국 전체 무역량의 1% 미만에 불과합니다. 이란에 대한 직접투자(FDI)도 제재 리스크를 우려해 최대한 조심해 왔기 때문에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크지 않습니다. 향후 이란에 친미 정부가 수립된다고 해도 중국이 이란의 경제적 생명줄인 만큼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완전히 단절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바로 인접국이 아닌 점을 고려했을 때 중국에 미치는 전략적, 안보적 영향은 경제적 영향보다도 더더욱 제한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굳이 이란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어주면서 미국과의 관계 악화와 2차 제재 리스크 등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이스라엘 싱크탱크 예루살렘안보외교센터의 오데드 아일람 연구원은 “중국은 핵심 이익이 걸려 있을 때는 주저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란은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아니다. 중국에 있어 이란은 방어선이 아니라 자산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DC 소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중국 담당 선임 이사 크레이그 싱글턴은 “중국은 말만 많고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는,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친구”라며 “유엔에선 목소리를 높이겠으나 이란에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진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美 전력 분산, 中엔 기회
이란 전쟁이 중국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쟁 장기화 시 미국의 전략적 여력이 중동에 쏠리며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나 관심이 줄어들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리다중 대만 담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이 동시에 두 개의 주요 분쟁(러·우 전쟁과 중동 전쟁)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미국이 우리를 위해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며 “그러한 변화가 일시적이든 아니든 간에 미국의 무기 공급망과 전략적 초점, 그리고 대만에 대한 관심에도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이란 공습을 이용해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내정 불간섭의 옹호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이후 가차없는 일방주의 행보를 보이는 미국을 대신할 다자주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것이죠. 왕쯔천 중국세계화센터 부사무총장은 “이는 중국에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하고, 동맹국 안보 보장에 따르는 비용과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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