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유가 100달러 쇼크] 유가·환율 치솟는 데 정부는 “가격 내려라”…식품업계 ‘삼중고’
유가 급등→곡물가·사료비·물류비 줄상승
내수 부진에 수익성 악화…인력 구조조정
작년 4분기 실적 부진에도 정부 가격 압박
수정 2026-03-09 18:26
입력 2026-03-09 16:22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식품 업계에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원재료 수입가격과 물류비, 심지어 포장재 단가까지 각각 유가와 환율에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 상승, 원화 약세 흐름이 장기화해 식품 업계의 비용 압력이 임계점을 넘어설 경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8.51% 오른 배럴당 81.01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 제품인 비료값이나 농업용 에너지 비용이 상승한다. 수입 원재료 운송비도 높아진다. 모두 식품 제조 전반의 원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9% 오른 125.3을 기록했다. 특히 곡물 가격지수는 전달 대비 1.1% 상승했고 팜유·유채유·콩기름 등이 포함된 유지류 가격지수는 3.3% 상승했다. 밀·대두·설탕·팜유·코코아 등 주요 식품 원재료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유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식품업계의 체감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가공식품 업계는 원재료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곧바로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유가 상승으로 인해 선박 연료비가 늘어 원재료 운송비와 물류비, 포장재 가격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식품업계는 비용 구조 전반에 걸쳐 상승 압력이 커지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원재료·물류·에너지 비용이 동시에 오르는 ‘삼중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이번 중동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에도 이미 원가 상승 부담에 실적 하락을 겪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매출이 4조 216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0.3% 감소했다. 4분기에는 영업손실을 냈다. 오뚜기도 지난해 매출은 증가했지만 원료·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20% 넘게 줄었다. CJ제일제당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CJ대한통운 제외) 18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줄었다.
비용 상승 요인이 가중되고 있지만 가격 인상은 쉽지 않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밀가루와 설탕, 빵 등 주요 식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면서 기업들의 가격 조정 여력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롯데웰푸드와 빙그레, 파리크라상 등은 올해 들어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인력 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5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고 있으며 빙그레 역시 해태아이스크림을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파리바게뜨와 파스쿠찌 등을 운영하는 파리크라상도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비용 구조 재편에 나섰다.
생산 거점 재편과 사업 부문 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전국 6개 공장 가운데 광주공장과 오포공장을 올해 중 폐쇄하고 생산 거점을 4곳으로 통합할 계획이며, 매일유업은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흡수합병해 중복 비용을 줄이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 생산 거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까지 동시에 움직이면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다”며 “원가 상승 압력이 계속 누적되면 결국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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