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예비비 8000억으로 정유사·주유소 손실보전 나설 듯
정부, 이번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고시 예고
수정 2026-03-09 18:23
입력 2026-03-09 16:32
정부가 이번 주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일단 급등하던 유가에는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정부가 재정으로 메꿔줘야 한다는 점,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정유·주유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목된다. 일단 최고가격제를 발동했다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 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9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올해 정부 예비비는 약 4조 원으로 이 중 석유 수입·판매업자의 손실 보전에 사용 가능한 일반 예비비는 최대 8000억 원 수준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이른 시일 내 종료돼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정부는 이 예비비를 통해 손실 보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연간 국내 휘발유·경유 사용량은 약 2억 5011만 배럴(약 398억 ℓ)로 일평균 1억 895만 ℓ 수준이다. 이 사용량을 기준으로 정부가 ℓ당 100원을 보전해준다고 단순 가정하면 재정 소요 규모는 하루 약 10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등유나 다른 유종까지 보전해준다고 가정하면 재정 규모는 더 늘어난다.
이 경우 정부는 별도의 민생안정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에너지 관련 기금을 통해 재정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올해는 예비비로 손실 일부를 먼저 지원한 뒤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나머지 손실 보전분을 반영해 정산하는 방안도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사태의 지속 기간과 국제유가 상승 폭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획처 관계자는 “석유사업법상 사업자 손실에 대한 정부 지원은 고시 등을 통해 손실 보전 방식이 나와야 구체적인 재정 규모도 산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고 손실 보전에 나설 경우 도덕적 해이와 같은 시장경제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정부는 1990년대 초반 걸프 사태 당시 석유 최고가격제를 운영하고 유가 완충 재원을 조성해 원유 도입에 따른 손실분을 전부 보전해준 바 있다. 국내 유가 안정화를 위한 조치였지만 당시 산업계에서는 정유사들이 보다 싼 원유를 구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비싼 원유만 들여오는 행태가 포착돼 도덕적 해이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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