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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晩事)가 되면 곤란하다

■주재현 경제부 기자

수정 2026-03-10 15:35

입력 2026-03-09 18:11

지면 30면

“새 사장님이 오시면 새로 아이템을 발굴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각 부처의 기관별 업무보고가 끝난 뒤 만난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에게 올해 역점 사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이다. 수장 공백 상황에서 업무보고를 치르느라 정부 국정과제에 맞춰 연간 사업 방향 보고를 끝내고도 이들이 집중해야 할 ‘진짜 일’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기관장마다 자기 이름을 내건 사업 하나쯤 만들기 마련”이라며 “소관 부처에 보고한 것 외에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해 두느라 사업 부서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재명 정부 들어 기관장이 교체된 에너지 공공기관은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석유공사 두 곳뿐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한전KPS 사장은 지난해부터 공모 절차가 시작됐지만 수개월째 진행형 딱지를 떼지 못했다. 여기에 강기윤 전 남동발전 사장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사의를 밝혀 공석이 하나 추가됐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는 강하게 거는데 이를 수행할 장수는 없다는 볼멘소리가 파다하다.

중앙 부처도 늦어진 인사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통상 연말 연초에 끝났어야 할 실·국장급 인사가 이제야 본격 진행되는 분위기여서다. 이미 몇 주 전 승진·전보가 확정적이라는 소문이 돈 인사도 최근에야 쏟아지듯 인사 명령이 나고 있다. 청와대와의 소통이 늦어진 탓에 중앙 부처 인사 전반이 밀렸다는 것이 관가의 정설이다.

정부 핵심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주요 국장 자리는 아직도 상당수 공석이다. 산업통상부는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을 최대 중점 과제로 내세웠지만 이를 통솔할 산업인공지능정책관 자리는 비어 있다. 지난해부터 통상정책은 내내 비상이었는데 통상정책국장은 공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도맡아야 할 기후에너지정책관과 전력산업정책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9개월이 넘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시작했고 계엄의 잔재도 털어내야 한다는 참작 사유도 더 이상은 들이밀기에 궁색하다. 인사 업무 경험이 있는 한 전직 고위 공무원은 현 정부에 “인사는 적재적소만큼이나 적시적소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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