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 스며든 세계, ‘다름’을 자산으로 바꾸는 교육
한서정 SY에듀 대표
입력 2026-03-09 18:19
한서정
SY에듀 대표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든 다문화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길거리, 학교, 직장 어디서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은 이제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현장과 부모들의 인식은 과연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을까? 여전히 다문화를 배려해야 할 소수 혹은 주류 사회의 방식대로 동화시켜야 할 낯선 이방인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를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하듯, 우리 사회가 다문화 아이들을 온전히 품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고정관념부터 점검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생물학적으로 자신과 다르거나 낯선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도록 진화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유아기와 아동기의 뇌는 놀라운 유연성과 가소성을 지니고 있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에 따라 이 낯섦을 호기심과 공감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아이가 자신과 다른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부모와 사회가 제공하는 환경과 교육에 전적으로 달려있는 것이다.
이미 교육 정책을 선도하는 해외 국가들은 일방향적인 융합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가 동등하게 교류하는 ‘상호 문화’ 교육으로 다문화 교육의 방향성을 전환하고 있다. 오랜 이민 역사를 지닌 프랑스나 독일, 호주 등은 이주민을 주류 사회에 억지로 맞추려는 낡은 동화주의 대신 다문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려 노력하고 있다. 먼저 공교육을 통해 모든 아이들이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연대의 원리와 가치를 가르친다. 이주 배경을 가진 아이들만을 위한 분리된 교육이 아니라, 선주민 아이들에게도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법을 필수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진정한 장벽은 소수의 미숙함이 아니라 다수의 편견에서 비롯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고 직업의 지형도가 급변하는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우리의 교육은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가? 특정 누군가를 도와주는 교육에서 나아가, 다원화된 사회를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한 필수 교양으로 유아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정형화된 지식을 암기하는 수준을 넘어, 문화적 다양성 속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유연한 인지 능력을 길러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 현장에서는 물리적인 통합을 넘어선 화학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단순히 다문화 학생들을 모아놓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특별반 형태에서 벗어나, 교육 과정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문화적 다양성을 토론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갈등을 겪고 이를 합리적으로 중재하는 경험은 결코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서로의 다름을 골칫거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한 다채로운 관점으로 활용하는 법을 교육의 현장에서부터 배워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다문화 교육의 실천은 부모가 스스로 무의식적인 편견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아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 심지어 낯선 이를 대하는 미세한 표정까지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자란다. 부모가 일상에서 타 문화를 대하는 태도는 그대로 아이의 뇌에 투영된다. 따라서 세계의 다양한 그림책이나 미디어, 음식 문화를 매개로 일상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아이 스스로 낯선 것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개방적인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다문화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을 긍정적인 호기심으로 바꾸어주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항해할 아이에게 가장 든든한 내면의 닻이 되어줄 것이다.
결국 다문화 시대의 진정한 교육이란, 정해진 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타인에게 존중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글로벌 인재가 되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부모의 시선이 좁은 우물 안에 갇혀 있다면, 부모를 거울삼아 자라는 아이들이 사고하는 반경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 본인만의 확고한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이다. 그 세상을 당당하게 헤쳐 나갈 통찰력과 포용력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어른들이 감당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책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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