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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勞 자제·보완 조치 없으면 노사 공멸 우려

입력 2026-03-10 00:05

지면 31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6일  3·8 세계 여성의 날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6일 3·8 세계 여성의 날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전격 시행으로 노사 관계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는 노봉법에 따라 이제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인수합병(M&A) 등 경영상 결정을 이유로 노조가 파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반면 파업으로 손실을 입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제한된다. ‘노사 간 지나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 바꿔주는 법’이라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노봉법은 무분별한 쟁의와 노사 분쟁을 조장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족쇄’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발생하지 않은 갈등을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 대화∙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노조와 교섭할 ‘사용자’ 범위조차 모호한 상태로 전례 없는 노조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 기업들의 우려를 기우로 치부할 수 없다.

산업 현장은 이미 큰 혼란에 빠져 있다. 한화오션은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금속노조로부터 ‘원청 교섭 1호’로 지목돼 하청 노조와의 단체교섭 압박을 받고 있다. 자회사인 SK스토아 매각을 추진 중이던 SK텔레콤은 노조의 반대 파업에 부딪쳤다. 경쟁력 회복을 위해 시급한 석유화학∙철강 구조조정도 노조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8일 노동계를 향해 무리한 교섭 요구와 파업 자제를 촉구했지만 거대 노조들은 경영계의 절박한 요구에 귀를 닫은 상태다. 민주노총은 하청 조합원 13만 7400여 명의 원청 교섭 요구를 예고했고 한국노총은 노봉법 시행을 계기로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하청 노조 투쟁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동발(發) 경제 복합 위기로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노조의 무분별한 교섭 요구와 연쇄 파업 ‘쓰나미’까지 덮치면 경영 위축은 물론 기업 존립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자칫 기업들의 해외 이탈과 외국인 투자 기업 철수에 따른 산업 공동화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자리 소멸과 노사 공멸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으려면 노조는 불법 파업과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고 정부는 노동계로 치우치지 않는 엄정한 판단과 보완 조치로 산업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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