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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오늘부터 노란봉투법 시행…여전히 모호한 ‘진짜 사장’

■10일 시행 노란봉투법 5가지 문제점

②기업 교섭 상시화 우려

③불법파업 대응 수단 無

④구조조정도 파업 대상

⑤하청 노조의 임협 요구

입력 2026-03-10 06:30

지면 23면
양경수(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1월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주변에서 조합원들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양경수(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1월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주변에서 조합원들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기존에 제기돼온 핵심 쟁점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채 10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세부 가이드라인과 해석 지침을 내놓으며 현장의 혼선을 줄이려 했지만 일선에서는 여전히 기준이 모호해 법 시행 이후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원청의 교섭 회피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이를 둘러싼 노사의 법적 공방이 동시에 벌어질 가능성이 크고 노사 갈등은 물론 노조 간 이해충돌까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의 해소되지 않은 쟁점 다섯 가지를 짚어본다.

◇하청노조의 대규모 교섭 요구 가능성=개정 노조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청이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사용자’ 개념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것이다. 원청 입장에서는 어느 범위까지 교섭 의무를 져야 하는지가 분명해야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정법은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는 데 그쳤다. 노동부는 해석 지침을 통해 업무 방식, 임금체계 등 판단 요소를 보다 구체화했지만 이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 노사가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가 남아 있다. 민주노총은 원청 교섭 요구에 나설 수 있는 조합원이 약 13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넓어진 교섭 의제…상시 협상 부담 커져=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노조의 교섭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업은 교섭이 상시화되는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노사 교섭은 통상 단체협약 유효기간에 맞춰 2년에 한 번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개정법은 노동쟁의 범위를 임금·근로시간 등 이익 분쟁뿐 아니라 임금체불, 해고자 복직 같은 권리 분쟁으로까지 넓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청노조가 원청의 재원을 나눠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을 원청노조가 반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승길 한국ILO협회장도 “법 시행 전부터 원청노조와 하청노조의 갈등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다단계 하청 형태와 상급 단체가 다르면 교섭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교섭력 강화…기업은 대응 수단 부족=하청노조를 포함한 전체 노조의 교섭력과 쟁의권 역시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용자 측의 대응 여력을 줄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하청노조의 합법적 파업 가능성도 넓어졌다. 정부는 원청이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부당하게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8일 “노동계는 원청 기업과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구조조정·인사 문제까지…경영권 침해 우려=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에는 기업의 합병·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리해고·구조조정에 따른 배치 전환 등도 교섭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제도 신설 요구 역시 교섭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경영계는 이 같은 변화가 기업의 경영상 판단 전반을 노사 교섭과 쟁의의 대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우려가 더 크다.

◇임금 교섭은 원칙적 불가…현장 충돌 불씨 여전=원청과 하청노조 간 임금 교섭이 가능한지도 시행 이후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원청과 하청노조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없는 만큼 원칙적으로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교섭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교섭 의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최근 논평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임금 요구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이미 인정되고 있다”며 향후 임금 교섭 요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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