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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름 넣다가 살인 사건까지…오일쇼크에 아시아 각국 사재기 기승

수정 2026-03-10 14:47

입력 2026-03-10 10:04

파키스탄 라왈핀디의 한 주유소. X 갈무리

파키스탄 라왈핀디의 한 주유소. X 갈무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연료 수급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사재기가 이어지고 주유소에서 살인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주유소 긴 줄에 살인 사건까지...연료 공포 확산

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는 연료 사재기를 막기 위해 구매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국영 방글라데시석유공사(BPC)는 전날부터 대부분의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연료 구매 상한제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오토바이 운전자는 한 번에 최대 2리터(L)까지만 연료를 구매할 수 있다.

인구 약 1억7000만 명의 방글라데시는 석유와 가스 수요의 약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하지만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사재기 움직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수도 다카의 주유소에는 연료를 확보하려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몰리며 긴 줄이 이어졌다.

연료 부족을 둘러싼 갈등은 폭력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7일 저녁 방글라데시 남서부 쿨나주 제나이다 지역에서는 20대 남성이 주유소 직원과 언쟁을 벌이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연료 공급난은 산업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비료 공장 6곳 가운데 5곳은 이달 18일까지 가동을 중단한 상태라고 AFP는 전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보복 조치로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막으면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졌다.

베트남의 한 주유소. X 갈무리
베트남의 한 주유소. X 갈무리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연료 확보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베트남에서는 가장 많이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03달러(약 1537원)로 최근 21% 상승하자 정부가 긴급 안정 대책을 마련했다. 베트남 재무부는 국내 시장 안정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일부 수입 석유 제품에 최대 20%까지 부과하던 관세를 0%로 낮추는 법령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다음 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캄보디아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09달러(약 1624원)까지 오르면서 연료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는 과도한 연료 저장이 화재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파키스탄 정부 역시 연료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비해 석유 비축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불법으로 연료를 저장하거나 공급을 조작하는 행위는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석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상당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인도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재무부는 인도 기업들이 30일 동안 한시적으로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노무라홀딩스의 이코노미스트 소날 바르마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가격은 웃돈이 붙었기 때문에 (할인된 2월 가격보다) 저렴하지 않다”며 “공급 부족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은 구매 가격보다 원유 확보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도 안심 못한다...원유 수입 70%가 ‘중동’

한편 중동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통계(K-sta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원유 수입액은 753억 달러(약 110조6985억 원)로 이 가운데 중동 국가 비중은 68.8%에 달했다. 최대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전체의 34.2%를 차지했고 아랍에미리트(UAE·11.7%), 이라크(10.9%), 쿠웨이트(8.4%)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원유 중동 의존도는 과거보다 낮아진 상태다. 2016년 85.2%에 달했지만 미국과 남미 등으로 도입선을 확대하면서 2021년에는 59.5%까지 떨어졌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최근 다시 70%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체 공급처로 떠오른 미국산 원유 수입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0.3%에 불과했던 미국산 원유 비중은 셰일오일 생산 확대 이후 빠르게 늘어 지난해 17% 수준까지 올라섰다. 현재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원유 공급국이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남미 국가와 서아프리카 지역 원유 도입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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