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선례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공공’ 씌워 민간 소유권 제한 안될 말
대주주 사익 편취는 공시 등으로 해결
가상자산 투자의욕·혁신 꺾지말아야
수정 2026-03-11 05:00
입력 2026-03-11 05:00
가상자산거래소는 민간의 영역에서 태동한 기술혁신의 산물이다. 그런데 정부는 돌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라면서 금융기관에 준하는 ‘대주주의 지분 소유 제한’을 검토하고 있어 거센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일견 시장의 안정성을 꾀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대주주의 지분 규제는 주주가 가진 핵심 권리인 ‘지배권’과 ‘처분권’을 직접 제약하는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권의 근간을 위협하는 위험한 논리가 숨어 있다. ‘공공 인프라’라는 개념은 아무 데서나 통하는 ‘마법의 단어’가 아니다. 전통적인 공공 인프라란 국가로부터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은행처럼 고객의 자금을 모집하거나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영역을 말한다.
가상자산거래소는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리스크 감수를 통해 자생적으로 성장한 ‘민간 비즈니스’이고 은행과는 달리 자금 조달 기능이 없다. 단지 시장의 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민간기업에 공공 인프라라는 굴레를 씌워 소급입법 형태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국가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 민간의 소유권을 간섭할 수 있다는 초헌법적인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공무원연금법 개정이나 토지초과이득세법 같은 소급입법이 이뤄진 사례가 있지만 ‘심히 중대한 공익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정된 예외였다. 주식회사인 거래소의 주식 소유가 집중되는 것은 책임경영의 근거가 되는 측면도 있는데 이를 국가가 개입해야 할 ‘심히 중대한 공익적인 사유’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삶의 경제적 기초이자 자아실현의 핵심으로서 인간다운 존엄성을 유지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 제23조 제1항은 ‘재산권의 불가침성’을 규정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자유롭게 소유하고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재산권의 본질이고 자본주의 경제 질서의 핵심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해 ‘과잉 금지의 원칙(비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하며 목적 달성을 위해 가장 덜 침해적인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시장의 불투명성이나 대주주의 사익 편취 문제는 운영상의 규제, 투명한 공시 제도, 엄격한 사후 처벌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의 근간인 ‘지분 구조’ 자체를 직접 건드리는 것은 과잉 금지 원칙 중 ‘최소 침해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당정은 악화된 여론을 감안해 지분 상한 20%, 3년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3년간 유예한다고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공공’이라는 억지스러운 색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면서도 시장의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운영 규제를 고민할 때다.
기업 소유 지배구조를 국가 입맛에 맞게 재편하려는 시도는 기술혁신을 차단하면서 민간 자본의 투자 의욕을 꺾고 외국 자본과의 역차별 문제를 초래해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경쟁력만 갉아먹을 뿐이다. 규제는 혁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아니라 안전한 항해를 돕는 나침반이 돼야 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오늘의 연재
더 많은 연재오늘의 이슈
더 많은 이슈-
273개
-
490개
-
183개
이 시각 주요뉴스
-
-
-
또 ‘승리의 눈물’ 매킬로이… 마스터스 백투백, 그가 해냈다
골프 · 스포츠
-
LS일렉트릭, 액면분할 첫날 16% 급등
마켓시그널
-